#샵스타그램 - 청주 남문로 영양돌솥밥 전문 '성안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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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2 13:21:00

임소희·임성운·황희남 대표

[충북일보] 낮 12시, 손님들로 채워진 성안골이 분주하다. 16가지 반찬을 곁들인 영양돌솥밥 한 상을 채우는 이들의 친절에 푸짐한 상을 받는 이들의 기분까지 좋아진다. 임성운 대표는 매장을 둘러보며 부족한 것이 없는지 살핀다. 손님들에게 가벼운 대화도 건넨다. 반찬 몇 가지를 꼽아 재료의 효능과 설명을 더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단호박은 소화를 돕고 표고버섯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거 아시죠? 나물 반찬 더 드릴 테니까 많이 드세요."

"지난번에 사장님 안 계셔서 무슨 효능인지도 모르고 먹었잖아~.얼마나 서운했다고."

임성운 대표와 나이 지긋한 손님의 대화에 다정함이 넘친다.

청주 성안길의 골목에 자리한 성안골은 영양돌솥밥 전문점이다. 청주 토박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청주 시내의 레스토랑 '베네치아'와 카페 등을 운영하던 임성운 황희남 부부가 1996년 한식을 시작하며 문을 열었다.
성안골에서는 영양돌솥밥을 중심으로 다양한 구성의 반찬을 세련된 상차림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였다. 중앙공원 인근에 있어 대중교통으로도 충분한 접근성이 뒷받침됐다. 청주 곳곳에서 성안골 영양돌솥밥을 맛보기 위한 걸음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 손님이 가득한 가게로 금세 이름을 알렸다.

더 맛있는 한식을 생각한 결과였다. 한정식집에서도 공깃밥이 주를 이루던 시절, 어쩌다 있는 돌솥밥도 1인용이 아니라 3~4인용의 돌솥이었다. 누구와 식사를 하더라도 각자의 몫으로 놓인 갓 지은 돌솥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취향대로 남긴 뒤 숭늉을 만들어 먹을 수 있었으면 했다. 1인용으로 공수한 묵직한 곱돌솥은 당연하게도 밥맛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성안골 인스타그램
계절마다 달라지는 제철 나물 반찬들은 들깻가루 등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낸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은 물론 자극적이지 않아 그릇을 다 비워도 부담 없는 비법이기도 하다. 자칫 서운할 수 있는 단백질의 든든함도 제육볶음과 가자미구이 등으로 맛있게 챙긴다. 황태 대가리와 멸치, 대파와 무 등을 넣고 끓인 육수를 이용해 두 가지 된장을 섞어 끓이는 된장찌개는 구수한 감칠맛을 자랑한다. 중장년층도 엄마 손맛이라며 추억을 소환하는 무장아찌는 오랜 세월 가장 인기 있는 반찬 중 하나다.

기계로 쉽게 만드는 솥밥이 세상에 나온 뒤에도 여전히 곱돌솥을 고수한다. 밥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무거운 단점에도 불구하고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고 따뜻한 숭늉을 지키는 지속성 때문이다. 이전에는 인삼과 대추 등도 넣었지만 싫어하는 손님들도 많아 재료를 간소화했다. 지금은 청원생명쌀에 찹쌀과 세 가지 콩, 잡곡 등을 섞어 단호박을 올린다. 밥만 먹어도 맛있다는, 그래서 과식을 했다는 손님들이 속출하는 성안골 영양돌솥밥의 완성이다.
어느덧 30여 년의 세월이 쌓인 이곳에는 그만큼 긴 세월을 함께한 단골들의 추억이 가득하다. 중장년층부터 노년층까지 가게와 함께 나이든 손님들은 여전히 푸짐한 돌솥밥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오랜 세월에 굴곡이 없었을 리 없다. 모두가 어려웠던 IMF를 이겨낸 뒤, 코로나 시국이 가장 큰 위기였다. 그때를 함께 이겨낸 것은 딸 임소희 씨다. 처음 성안골을 열었을 때 계산대 뒤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던 다섯 살 딸이 훌쩍 자라 간호사로 일하다 가게에 합류했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시국에도 맛있는 음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비대면 시대에 맞는 도시락과 배달을 집중적으로 공부한 뒤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착시켰다. 성안골의 손맛은 도시락으로도 변함없이 전해졌다. 코로나 시기를 이겨내게 한 도시락은 여전히 성안골을 만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회의나 행사에서 성안골 도시락을 먹어본 이들이 가정에서도 도시락과 반찬을 주문하고, 가게로 찾아오기도 한다. 30여 년 세월 동안 이어진 구수한 밥 내음이 성안길 골목을 정겨운 기억으로 새긴다.

/김희란 기자 ngel_r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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