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희문학제' 지역참여 무산 아쉬움

2009.07.28 16:50:12

일제강점기에 불후의 대하역사소설인 임꺽정(林巨正)을 발표해 한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연 벽초 홍명희(1888-1968)선생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홍명희문학제에 그의 고향인 괴산지역 사회의 첫 참여가 무산됐다.

이는 지난해 괴산군이 홍명희 선생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고 지역문학 발전과 지역 홍보 등을 위해 추진한 '벽초문학상' 제정 무산에 이어 연속해 그와 관련된 행사 추진이 벽에 부딪힌 것으로 아쉬움이 남는다.

홍명희문학제는 그 동안 충북작가회의와 사계절출판사 주최로 1996년부터 매년 10월께 청주예술의 전당 등지에서 열렸고 2004년부터는 괴산지역에서도 일부행사가 진행돼 왔다.

괴산문화원은 홍명희문학제가 이처럼 괴산군민의 주도적인 참여가 배제된 채 외부단체에 의해 추진돼 아쉽다는 지역여론에 따라 올 10월에 열리는 14회 홍명희문학제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이에 괴산문화원은 홍명희의 사상문제를 제기해 온 보훈단체와 행사주체 측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해방 직후 월북해 북한 초대내각 부수상 등을 지낸 그의 사상 등 공과(功過)를 함께 다루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보게 됐다.

괴산군도 이에 따라 관련예산 1천만원을 편성해 군 의회 임시회에 제출해 지역 차원의 행사를 추진코자 했다.

그러나 월북부터 한국전쟁 이후까지 홍명희의 행적을 문학제에서 상세히 소개해야 한다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한 보수단체와 그의 좌파적 행적 부분을 지나치게 부각시킨다면 문학제의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는 행사주체 측 사이에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군은 부득이 관련예산 삭감을 요청하게 됐다.

괴산군의회는 지난 24일 178회 임시회 5차 본회의에서 군이 당초 제출한 홍명희문학제 관련예산 전액을 삭감했으며 이로서 괴산지역 차원의 행사 참여는 무산됐다.

이는 결국 홍명희가 남긴 탁월한 문학적 업적은 뒤로 하고 광복 후 월북해 북한 내각의 부수상을 지냈다는 점과 그의 사상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홍명희의 작품 '임꺽정 전'은 괴산의 크나 큰 문화자산이며 군은 이미 '임꺽정 고추'를 브랜드화 하는 등 홍명희의 문학적 업적을 농산물에 도입하고 있다.

또 '임꺽정 전'은 우리나라 대하소설의 출발점 역할을 하고 있고 토속어의 보고(寶庫)로 평가받으며 소설가 지망생들에게는 필독서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또한 한국 문학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 같은 작품이다.

이러한 점에서 홍명희문학제의 지역참여는 꼭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괴산을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6.25 당시 북의 침략을 막다 희생된 보훈가족의 아픔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러함에 있어 보수단체에서 내세우고 있는 홍명희의 공과(功過)는 물론 국가와 민족을 지키기 위해 몸 바친 보훈단체회원들의 공적도 함께 조명하는 문학제로 이루어진다면 더욱 더 빛나는 문학제로 태어날 수 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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