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새로운 만남을 찾아서

2009.08.26 18:03:31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만남을 찾아서'라는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제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질문을 받았다. 비엔날레 주제라면 뭔가 고상하고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던 사람들은 다소 의아하다는 표정이었고, 시적이고 낭만적인 삶을 즐기는 사람들은 느낌이 좋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공예에 대한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또는 미학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보고 느끼고 체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질문일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 공예는 시대의 자화상이라는 사실과 공예는 아름다운 쓰임이라는 것, 그리고 공예야말로 살아있는 철학이자 과학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공예는 문자도 활자도 없던 선사시대 때부터 인간의 삶을 반영해 왔는데 이후 인간과 함께 역사라는 시간의 괘도를 돌기 시작했다. 선사시대는 예술로서의 공예보다는 생활로서의 공예, 즉 쓰임(用)의 공예가 발전했다. 석기 시대에서 청동기, 철기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기나 무기는 삶의 수단이자 도구였던 것이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로 넘어오면서 예술과 실용이 조화를 이루는 공예의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외침이 많았던 고구려의 공예는 힘차고 강건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으며, 농경지와 평야가 많았던 백제는 섬세하고 자연주의적인, 예술적 재능이 돋보이는 공예가 중흥했다. 고구려와 백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침이 적고 외부로부터의 문물유입이 늦었던 신라는 금관 등의 공예품에서 알 수 있듯이 화려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통해 삼국통일의 기틀을 마련했다.

불교문화는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정점에 서게 된다. 고려는 건국이념으로 숭불정책을 취하고 귀족문화가 꽃피던 시대였기에 고려청자 상감기법의 세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고 있으며 사찰과 불탑 불상 등 불교 및 귀족문화와 연관된 공예가 눈에 뛰게 발전하였으며, 나전칠기 같은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하는 작품들도 탄생하게 되었다.

불교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유교가 등장하기 시작한 조선시대의 공예는 서민적이고 실용적인 문화코드로 반전된다. 청자의 화려함 대신 백자의 단아함이 눈에 띄고, 실생활과 연계된 소탈한 분청사기가 많이 생산되었다. 조선시대 공예의 실용성은 목칠과 금속 장신구 등에서도 엿볼수 있다. 목공예와 나전칠기, 지공예 등 생활공예를 반영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탄생하고 인구에 회자되었다. 오늘날 민속공예품의 상당수가 조선시대의 것으로 당시의 생활상과 문화를 엿볼수 있다. 임란을 전후해서는 우리의 도공과 다양한 문화재가 약탈되거나 파괴되는 슬픔도 겪어야 했으며 사농공상은 장인을 천대하면서 수준높은 예술품을 소홀히 다뤄지거나 방치하는 가슴 아픈 시대를 보내야 했다.

역사의 단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제강점기와 8·15광복, 그리고 6·25전쟁 등을 겪으면서 소중한 문화재가 훼손되거나 장인의 혼맥이 끊기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문화라는 것은 옛것을 계승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것이지만 이 시대는 삶이 절박했기에 계승도, 창조도 모두 속절없이 세월속에 묻혀야 했다. 어디 이 뿐인가. 일제시대에는 일본이 자국의 문화를 강제로 이식시키려 했고, 6·25이후에는 무분별한 서구문명이 한반도를 짓밟아 버렸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공예는 이후 황폐화라는 가슴 아픈 시절을 겪어야 했으며 전통과 현대라는 간극속에 방황해야 했다. 근대 이후의 공예는 전통의 단절이라는 아픈 과거와 물질문명, 산업화라는 현실속에 공예는 주인없이 방황해야 했으며, 오브제로써의 공예, 예술로서의 공예라는 실험정신이 안팎에서 진행되었다.

그리고 다시, 현대에 와서는 웰빙과 웰니스, 그리고 통섭과 융합이라는 시대정신이 화두가 되고 문화의 세기라는 수식어가 우리들의 삶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면서 공예의 가치를 재해석하는 분위기다. 삶의 공간을 윤택하게 하는 공예,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높이고 예술로서의 공예, 생명연장의 꿈을 일굴 수 있는 웰빙과 삶 그 자체로서의 공예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올 가을 청주에서 공예비엔날레와 함께 아름다운 공예이야기를 엿들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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