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혀준 형광등

2009.09.02 16:32:09

한전복 본부장

어린이재단 충북지역본부

아동복지전문기관인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여름에 경험했던 어느 후원자의 아름다운 미담을 소개하려고 한다. 아주 작은 나눔 실천이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한 모자가정에 희망을 밝혀준 형광등 이야기다. 지체장애로 인하여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단둘이 어렵게 살아가는 한 아동과 결연을 맺고 지속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계셨던 한 후원자님이 아동가정에 방문을 하게 되었다.

후원자가 결연아동의 가정에 방문을 할 경우 가능한 한 동행을 했는데 후원자와 내가 아동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제일 먼저 반긴 것은 어둠이었다. 한여름 햇볕이 아주 강렬하게 비추는 오후 2시였는데도 불구하고 아동의 집은 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어두웠다.

잠시 후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한쪽다리에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서 걸어나오는 아동의 어머니와 그 옆에 서서 우리를 멀끔히 바라보는 아동의 모습을 보았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죽음과 이별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여 감정조차 메말라 있어 그 어떤 광경을 보아도 내 직무에만 충실하던 나였지만 그 순간 만큼은 제일 소중한 그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팠다. 직원하나 없이 아주 작은 영세 전기시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후원자는 인사를 하자마자 집안을 둘러보았다. 바닥이나 천정 그리고 벽에 여기저기 전선이 튀어나와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전구도 갈아 끼운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머님, 생활하시기 많이 불편하셨지요." 라는 후원자의 말에 어머니는 "아이가 공부하기에 조금 어둡겠지만, 익숙해져서 생활하기에는 별 문제 없어요."라는 대답을 하였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진 아동의 어머니는 집안환경을 개선해 주겠다는 말에 괜찮다고만 되풀이하여 간단한 형광등 교체도 못하고 후원금과 물품을 전달하고 잠시 담소를 나눈 뒤에 헤어졌다.

그리고 7일이 지난 후에 아동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이 너무 환하게 변해 어머니도 좋아하고, 아동도 환한 불빛에 공부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얘기었다.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니 가정방문을 한 후 후원자님은 화재의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는 아동과 어머니 걱정으로 인하여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며칠 고민 끝에 후원자님은 새 형광등과 전기관련 장비를 챙겨 아동의 집에 방문하여 널려 있는 전선들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방안에 형광등을 설치해 주고 집안 구석구석 청소를 해주었다고 한다. 현재의 환경에 너무나 익숙해진 어머니는 형광등 하나로 밝아진 세상을 보면서 후원자님께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고 한다.

형광등 하나로 세상을 어둡게 살아가는 모자의 마음에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한 후원자님의 작은 관심과 사랑은 모자의 마음 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밝혀준 형광등이었다. 나눔은 특별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정말 작은 관심과 사랑 그리고 실천은 우리의 미래이고 희망인 아동들에게 행복을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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