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로맨스

2009.09.16 15:16:27

한바탕 회오리바람이 불고 있다.

국무총리를 포함한 대법관 및 6개 부처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이번 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역시 여야 난투극이다.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여. 야 예민한 반응이 느껴진다.

국회의 주요 임무 가운데 하나인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다. 새로 임명된 고위 공직자가 자질 문제로 국정에 부담을 주거나 중도 사퇴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사전에 충분히 검증을 해보자는 제도로써 국가적으로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관심 또한 지대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인사가 발탁되어 좀 더 진일보된 국정운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과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은 동상이몽이다. 대의명분이야 분명 고위공직자의 능력과 자질 검증이지만 초점이 늘 국회의원 자신을 중심으로 아전인수가 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달변의 능력은 어쩌면 그리도 자신을 위한 당리를 위해 빛을 발 하는지 놀랍다.

평소 청문회장에서 야멸차게 느껴지리만큼 그리도 카랑카랑 비리를 짚어내며 목소리를 높이던 한 국회의원이 자기 개인에게 닥친 일이고보니 드러난 위법으로부터 슬기롭게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듯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모 일간지에 게재 된 것을 보고 쓴 웃음이 나왔다. 비단 그것이 그 한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청문에 임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요.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도둑질도 '아는 놈이 한다.'는 말이 있듯이 모범을 보여야할 고위층일수록 위장전입이며, 투기성 재산 축적 등 법망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일반 서민들은 청문회를 통해 보고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다. 그런 한편 흉보다 닮은 사람도 발생할 것이요. '그림의 떡'으로 삶의 의욕상실을 불러와 정부, 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귀착되고 있는 사람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20~30년 전만해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물어보면 예외 없이 몇 명은 대통령을 희망하고, 정치인, 판검사도 의례 몇 명씩은 나왔었는데 요즈음은 오히려 소방관, 연예인이 대세라 한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졌다는 말이겠지만 한편 생각하면 절대 권력에 대한 막연한 희망보다는 서민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사회 풍조가 조성되어 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신문보기, 방송 뉴스보기가 겁이 난다고 외면할 수 없지 않는가·

신문에서도 한 장 넘겨보면 이웃을 위해 흘린 땀에 흐뭇한 미소와 정이 흐르고 채널 한번 돌리면 신나는 노래, 깔깔 웃을 수 있는 즐거움을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우리가 흔히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운전 중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기를 하면 ×××같은 …이라고 욕을 하면서 내가 끼어들기 성공을 하면 예술이요. 베스트 드라이버가 되고, 운전할 때는 횡단보도가 너무 많아 불만이던 것이 내가 길을 걸을 때는 횡당보도가 너무 멀리 있는 게 짜증이 된다.

내가 욕을 하는 것은 정겨움의 표현이고 남이 하는 욕은 쌍스러움으로 치부, 남이 윗사람에게 친절을 베풀면 아부가 되고 내가 하는 친절은 예의가 된다.

남이 규칙대로 하면 융통성 없음이고 내가 하면 원칙에 충실함이며,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을 때 나에게는 가슴 아픈 로맨스요 남이 하는 것은 절대 안 될 불륜이라고 하지 않던가.

초가을 아침저녁 산산한 기온 사이에 끼어 한낮 햇살이 마지막 더위를 떨어내느라 따가운 열기를 온통 과육에게 쏟아내며 가을 준비하고 있듯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일련의 정치 행보가 좀 더 성숙된 민주 국가가 되기 위한 과도기적 마지막 몸부림이라 여기고 싶다.

보기 싫은 것 쳐 낸다고 사정없이 칼을 휘두르기보다 환부를 도려내 치유하며 함께 상생할 수 있는 예리한 수술용 메스에 온 신경을 집중한 의사의 심정으로 가을을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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