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 살아있는 시대정신을 만나다

2009.10.07 17:13:06

변광섭

청주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

오래전부터 나는 크라토피아(Cra_topia)를 꿈꿔왔다. 크라토피아는 창의성(Creativity), 공예(Craft)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창의성은 새로운 것을 발견해내거나 발견해 내려는 능력이다. 고등지능을 갖춘 생물의 경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향과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기존의 균형 상태를 깨뜨리려는 충동 사이의 긴장이 늘 존재한다. 그리고 이 긴장속에서 영감이 나오고 새로운 창조적 결과물이 생산된다.

이러한 창조적 결과물은 수월성(Excellence)을 동반한다. 수월성에는 ''빼어남', '뛰어남', '탁월함'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타인과 비해 빼어나고 뛰어난 무엇. 경쟁관계에 있어서의 우월하고 탁월한 무엇. 이런 말들이 상징하는 것이 바로 수월성이다. 경쟁사회에서의 창조성과 수월성은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와함께 공예의 중요성도 강조하고 싶다. 창의성은 자칫 탈인간화와 성장지상주의를 양산할 수 있다. 이는 곧 무분별한 개발, 양적인 확산, 분쟁, 분열 등으로 이어질 것이고, 인류의 재앙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미 사회 저변에서 이러한 문제를 제기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제2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이 대량화를 가져왔다면, 제3물결은 생산과 시장, 사회를 탈 대량화로 유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부 창출 시스템을 금전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부, 즉 우리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 내는 비화폐적인 부로 확장되고 있음을 역설했다. 공예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웰빙(well-being)과 웰니스(wellness)도 공예에 정신적 뿌리가 담겨 있다. 공예는 육체적인 건강에서부터 스트레스 없는 안정적인 생활, 친환경성 등을 추구하려는 인간의 소망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람을 중시하고 깊이 있는 자기 성찰과 반성에서부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열망도 담겨 있다.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인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개인과 사회, 지역과 국가를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가득한 그릇으로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한 것이다. 창조적 문화와 인간중심의 삶이 곧 크라토피아인 것이다.

장인(匠人)은 결코 외롭지 않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가 되고 건전한 생활문화 공간을 위해 담금질 하는 연금술사다. 이탈리아가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명품의 나라, 세계적인 문화강국의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장인의 숨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생활공예와 지역마다 특화된 전략적인 문화상품, 그리고 장인을 국보로 대접하는 사회적 풍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예는 시대를 뛰어넘는다. IT, BT, CT 등 모든 장르와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공예는 모든 나라, 모든 지역, 모든 삶의 어머니다. 시작이자 끝이다.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나 영국의 대영박물관을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공예의 열정과 신비 앞에 탄성을 지르고 감동을 한다. 토머스 모어경의 '아무 데도 없는'(nowhere) 이상국가가 아니라 우리가 느끼고 행동하며 즐길 수 있는 현실공간, 즉 크라토피아가 펼쳐지고 있다.

'만남을 찾아서'를 테마로 열리고 있는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장이야말로 크라토피아를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53개국에서 3천여명의 작가들이 소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것들이 공예 그 자체에 몰입하지 않고 음악 패션 디자인 생태 등 다양한 삶의 양식과 조우하고 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며 마음으로 느끼는 새로운 문화아지트다. 나는 이곳을 크리토피아로 표현하고 싶다. 생명의 물결로 가득하고 감동과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며 새로운 희망을 노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체온이 그리운 사람이여, 공예비엔날레로 오라. 그곳에서 펼쳐지는 유희를 즐기고 탐닉하며 생명의 에너지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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