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 맨 - 건강기사 어떻게 다뤄야 하나

2009.10.22 17:05:19

임병무

논설위원

양질의 삶을 추구하는 웰빙 바람 속에서 건강이나 레저 분야의 기사취급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메이저급 신문사에서는 건강전문기자로 아예 의사를 채용하여 정확한 의학정보 전달에 나서고 있다. 의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는 의학·건강 전문기자의 채용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최적의 방안이지만 재정이 열악한 지방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피상적 건강정보는 되레 위험

대다수의 지방지에서 건강 전담기자를 배치하고는 있으나 전문기자라고 손꼽을 만한 기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일반기자나 또는 문화부에서 건강 분야를 더불어 맡아 관련기사를 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럴 경우 전문성이 떨어지다 보니까 아무래도 정확한 의학·건강 정보를 충실하게 공급하기가 어렵다. 사실(Fact)에 올바로 접근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건강 정보를 양산해 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근거가 미약한 의학정보는 독자로 하여금 '나도 그런 증세가 있는데…'하는 식으로 건강염려증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다분히 있다. 건강 검진을 마치고 나서 아무런 질병이 없는 것으로 판정을 받았음에도 의사를 믿지 못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돌며 여러 번 재검진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의학계에서는 '건강 염려증 환자'로 부르고 있다. 마치 슈퍼마켓을 돌듯 병원을 도는 '쇼핑환자'가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지병을 간과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치게 예민해 지는 것도 문제다. 일부 쇼핑 환자는 의사가 진단을 내리기도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내가 이런 병을 앓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으냐"는 식으로 자가진단을 내려 의사를 당황케 한다. 섣부른 건강 정보는 제공하지 않음만 못하다. 건강기사를 취급할 경우에는 반드시 관련분야 의사의 도움말을 듣도록 하든지, 의사가 직접 집필해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요즘 독자권익위원회의의 단골 메뉴로 오르는 의제는 신종 플루다. 지난 13일 열린 독자권익위원회에서도 역시 신종 플루가 주 의제로 떠올랐다. 신종 플루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몇 명 발생에 몇 명 사망'이라는 충격요법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독자권익위원들은 지적했다. 변광섭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괄부장은 "신종 플루가 행사를 위축시킨 게 아니라 신종 플루 공포증이 행사를 주눅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예비엔날레에 초청된 외국작가나 관계자들은 신종 플루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예정대로 참여하는데 정작 우리고장에서는 학생 단체 관람을 금지시킬 정도로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플루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를 올바로 알고 침착, 냉정하게 대응하는 관람객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독자권익위원들은 주위를 환기시켰다.

신종 플루 충격요법 지양해야

지난 9월30자 3면 머리기사는 구멍 뚫린 신종 플루의 대책을 잘 지적했다. 신종 플루에 감염된 세 살 바기 아기를 들쳐 업고 무려 4군데의 병·의원을 전전긍긍한 애끓는 모정(母情)을 현장감있게 보도하였다. 또 이 기사는 부족한 격리병상에 대한 문제점과 신종 플루 환자를 수용하는 음압병실이 도내에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는 신종 플루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호흡기질환의 아픈 과거를 잊거나 지우려하고 있다. 오늘날 결핵은 과거의 질병으로 치부되기 십상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2천500명의 결핵환자가 사망하고 있다고 임승운 충북대병원장은 밝혔다. 이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신종 플루는 분명 심각한 전염병이지만 호흡기 질환의 넓은 범주 속에서 따져봐야지 그것만 뚝 떼어 지나치게 돌출시킬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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