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에 대한 오해 바로잡기

2009.11.19 16:06:11

임병무

논설위원

직지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박병선 박사의 암 투병을 계기로 직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1377년(고려 우왕3년), 청주 흥덕사에서 제작 배포된 '직지심체요절'은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만든 '세계의 심판'보다 무려 78년 앞선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이다.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앞에 '현존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은 직지 이전에도 금속활자본이 있었으나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1234년 찍어낸 '고금상정예문' 등 그 이전에 금속활자본이 있었으나 전해지지 않고 현물이 전해지는 것은 오로지 직지 하권 뿐이다. 그러므로 직지를 일컬을 때는 '현존하는'이라는 수식어를 꼭 붙여야 정확한 표현이 된다.

일부 매스컴이나 교육현장에서는 직지를 여전히 '직지심경(直指心經)으로 사용하는 예가 더러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직지는 반야심경, 화엄경, 연화경과 같은 불경이 아니라 백운화상이 역대 제불조사의 말씀 중 선의 요체에 관한 부분만 뽑은 것이기 때문에 원제목인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줄인 '직지심체요절'이나 '직지'로 부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더러는 직지의 소장처가 '프랑스 국립박물관'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프랑스 국립박물관이 아니라 '프랑스 국립도서관'이다. 직지를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찾아내 세계 동양학 대회에 내놓은 박병선 박사를 일컬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사서(司書)로 일했다'는 보도도 간혹 나오는데 박 박사는 이곳에서 사서로 일한 것이 아니라 시간제(파트타임)로 일했다. 이 같은 사실은 필자가 10여 년 전, 박 박사로부터 직접 확인한 사실이다.

직지의 가치는 박병선 박사의 끈질긴 노력에 의해 입증됐다. 지난 1968년, 프랑스 국립도서관 책의 숲에서 직지를 찾아낸 박 박사는 3년여의 연구 끝에 이를 1972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동양학대회에 내놓아 관련학회와 유네스코로부터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공인받았다. 박 박사는 직지의 진가를 입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직지는 수집 당시부터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알고 있었으며 이미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첫 선을 보인바 있으나 세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다.

직지의 겉표지에는 프랑스어로 쓴 수기(手記)가 보인다. 이를 첫 수집한 꼴랭드 쁠랑시의 글씨인지, 1911년 드오르 경매장에서 180프랑에 직지를 사 들인 앙리 베베르의 글씨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이를 해석하면 "1377년 금속활자로 찍은 가장 오래된 한국 인쇄본"이라는 뜻이다. 또 속 표지에는 꼴랭 드 쁠랑시가 "불조사들의 교훈적인 말씀을 간추려 1377년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한 옛 책으로 한국에서 유명한 가장 오래된 책이다"라고 프랑스어로 기록해놓았다. 그러니까 직지는 수집당시부터 '1377년에 찍은 금속활자본'임을 알았던 것이다. 다만 그런 사실들이 일반화되지 못했던 것이다.

서지학자 모리스 꾸랭은 1901년 '한국서지'를 발행하면서 그 목록에 직지를 언급하고 있다. 앙리 베베르와 또 다른 앙리 비베르는 1903년 그의 논문 '한국의 고문서'에서 "직지가 금속활자본이고 1900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이를 봤다"고 언급했다. 이를 토대로 볼 때 1972년 선을 보인 직지는 첫 공개가 아니라 두 번째 공개임을 알 수 있다. 직지가 재공개된 1972년 이전에도 서지학자들 사이에서는 직지의 존재가 아름아름 알려져 왔다. 일제 강점기에도 몇몇 일본학자는 직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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