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과 관계없는 부모의 사랑

2010.01.06 18:04:24

크리스마스가 되면 아이들이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무슨 선물을 주고 가실까·"라며 무엇을 받고 싶다느니, 무엇이 필요하다느니 하는 말을 하곤 했다.

그런데 2년 전 겨울부터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산타클로스의 정체에 대해 의문점을 표하기 시작했다.

지난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날 밤 딸들이 갑자기 안방에 들어오더니 "아빠, 산타클로스가 아빠죠·"라고 또 다시 물어왔다.

이제 중학생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딸들이 이제는 웬만큼 눈치를 채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래도 산타클로스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지 않고 싶은 욕심에 아니라고 답변했다.

"거짓말마세요. 아빠잖아요"라며 재차 확인을 하려는 딸에게 "그럼 잠을 자지 말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오는지, 아빠가 선물을 갖고 방에 들어가는지 보면 될 것 아니냐"며 즉답을 회피했다.

아이들은 밤을 새워 산타클로스의 정체를 밝히고야 말겠노라고 다짐을 하곤 자기네 방으로 갔다.

아이들이 잠에 들기를 기다리다가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 자신도 어머니께 "산타클로스가 엄마 아빠가 아니냐"며 해마다 묻다가 어느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선물을 머리 맡에 놓고 나가시는 어머니를 어슴프레 하게 본 이후로 두 번 다시 묻지 않았었다.

갑자기 10년전 소천하신 어머니가 떠오르며 어머니께서 보여주셨던 사랑을 생각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 당신이 울 때가 다 있어요·"라며 놀리는 아내에게 부끄러운 마음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가 깜깜한 속에서 더욱 어머니 모습이 떠올라 그만 통곡을 하고 말았다.

청주지역 백화점과 대형유통매장들에 따르면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매출이 백화점은 17~27%가 급증한 반면, 대형유통매장은 약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크리스마스때 생필품보다는 선물을 많이 구입한다는 것으로 분석되며 대형할인매장도 전체 매출액은 줄었지만 선물코너에서는 전자사전과 MP3 등이 30~100%가 늘어나 자녀들에 대한 사랑을 그대로 보여줬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외식을 줄이고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등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밤을 새우겠노라던 두 딸은 새벽 1시께 잠이 들었고 까치발을 들고 조용히 선물을 놓고 나오는 마음은 뿌듯함 그 자체였다.

잠에서 깨어난 딸들은 "올해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를 못 만났다"며 아쉬워하면서도 "아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이젠 최신식이 됐나봐요. 멋진 컴퓨터용 이어폰을 선물로 주시고 가셨네요"라며 기뻐했다.

부모로서의 부족한 역할을 하나씩 하면서 부모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제라도 철이 들어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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