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가(家)의 교훈

2010.01.28 17:51:43

지난 주 치러진 미국 매사추세츠주(州)의 연방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전통적 민주당 텃밭인 매사추세츠에서 공화당의 스콧 브라운(Brown)후보가 52% 지지를 얻어 47% 득표에 그친 민주당 마사 코클리(Coakley)후보를 누르고 당선 된 것이다.

미국 등의 언론이 이 사건을 대서특필한 것은 특별히 놀랄 일이 아니었다. 예견된 일 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에 영원한 것은 없다'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사망으로 인해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브라운 후보는 취임 1주년을 맞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감이 겹치면서 손쉽게 승리한 것이다.

공화당이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를 이긴 것은 38년 만에 처음이다.

"죽은 케네디(Kennedy) 형제는 매사추세츠를 지키지 못했다." 공화당 정치 신인이 당선되자 외신들은 '반역의 기운이 케네디의 기반을 휩쓸었다'(보스턴 글로브), '케네디 마을의 혁명'(BBC) 등으로 표현하며 놀라워했다.

1953년 존 F 케네디가 당선된 이후 막내 에드워드까지 합쳐 56년간 이어온 케네디가(家)와 매사추세츠주의 결별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에드워드 케네디가 작고한 후 불과 6개월여 만에 치러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더 컸다. 에드워드 케네디는 1962년 당선 후 46년을 재임했다. 미 역사상 세 번째로 긴 임기를 기록한 상원의원이다.

1969년 채퍼퀴딕(Chappaquiddick) 스캔들, 1980년 민주당 대통령 경선 패배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빠졌을 때도 매사추세츠는 에드워드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매사추세츠의 변심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조카 조 케네디 전 하원의원과 미망인 빅토리아 케네디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케네디가(家)의 후광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는 오바마의 국정 운영 전반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 언론은 민심 이반이 계속될 경우 오는 11월 실시될 중간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치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불꽃튀는 차기대권 대결

눈을 돌려 현재 대한민국을 보자. 한국에선 차기 대권을 향한 싸움이 한창이다. 한나라당 박근혜의원과 MB·정몽준대표·정운찬총리의 세종시 수정을 둘러싼 기싸움이 그것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수정안 발표등으로 당초 여론은 세종시 수정안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변수는 역시 박근혜의원.

'세종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므로 이를 저버릴 수 없다'는 신념과 원칙을 강조하며 한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 이에 여론도 수정안보다는 원안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있는 정몽준대표. 역시 이젠 절벽 끝에 서있다. 친박진영이 조기전당대회 카드까지 꺼내들며 피할 수 없는 한판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몽준대표가 인용한 '미생지신' (미생이 약속을 중요시 해 다리밑에서 애인을 기다리다 결국 불어난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은 '신뢰와 약속'이라는 대의명분에 묻혔다. 박의원의 어리석음을 꼬집으려다 오히려 정대표가 물에 빠지는 우를 범한 것이다.

박의원은 '증자의 돼지' 고사성어로 맞섰다. 증자 부인이 지키지 않을 생각으로 자식에게 심부름을 시키며 돌아오면 돼지고기를 삶아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증자는 그 약속을 소중히 여겨 자식에게 줄 돼지를 잡고 음식을 준비했다는 이야기다. '약속이 소중하다'는 고사성어다.

박근혜계나 친이계나 세종시 문제에 사활을 걸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감이 이 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조기전당대회도 거론되고 수정안을 통한 표 대결도 전망된다. 당헌·당규를 개정해서라도 당론을 바꾸고 이에 반대한 박근혜계를 제명하거나 출당조치한다는 시나리오까지 어지럽게 나돈다.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나든 양쪽이 큰 내상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승자는 잠깐동안 정국주도권을 갖는 전리품을 얻게 되겠지만 그러나 영원한 정권도, 영원한 승자도 없는 법. 미국 매사추세츠의 경우처럼 국민은 언제나 그 시대 그 상황에 맞는 정치인을 찾는다.또 바꿀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다.

정치는 끊임없이 움직인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는 법. 그게 정치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민에게서 믿음을 얻지 못하면 일어설 수 없다'는 말. 다시 말하면 국민에게서 믿음을 얻으면 모든 것이 다 죽는 상황에서도 그 정부는 죽지않고, 또 죽었다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생명력이 된다는 이야기는 정치의 근본이다. 곧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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