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향토 저축은행' - 지역경제 득실

조성자금 유출땐 지역경제 위축

2010.02.09 18:02:38

편집자 주

지역민들의 금고 역할을 해왔던 향토 저축은행들이 흔들리고 있다.
19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와 2008년 말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통폐합이 되거나 자금력을 앞세운 외지 저축은행에 매각되는 등 격랑 속에 휩싸이며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역 저축은행의 현주소와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조명해 본다.

자금력을 앞세운 외지 저축은행이 지역에 입성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선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저축은행들이 지역에 진출하면서 여유 자금이 시중에 풀릴 경우 지역 건설업계와 소상공인들의 자금난을 해소하는데 한몫을 할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 시장에서 금리경쟁이 촉발돼 금융서비스가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에 진천에 뿌리를 둔 중부저축은행이 대형 저축은행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매각됐다.

중부저축은행을 인수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기존 영업방식을 탈피, 선진 마케팅 기법을 동원해 전국을 대상으로 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선 영업점 확대 등으로 금리 경쟁이 유도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예금상품 선택 폭이 넓어졌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자본증자를 조건으로 수도권지역인 분당과 서울 대치동, 일산에 점포를 신규 출점, 총자산이 2008년말 1천302억원에서 2009년 6월말 4천2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기자본비율도 마이너스 27.29%에서 지난해 7월 이후 8%대로 올라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근 일본계 투자회사인 SBI홀딩스가 지역 최대 저축은행인 하나로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영업 기반 확충을 통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을 받아 들여 진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외지 저축은행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저축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함으로써 예금 수요자들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론 지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타 지역에 본사를 두거나 경영 중심이 외부로 옮겨갈 것으로 보이는 저축은행들로 인해 지역경제 공동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지역금융 현황과 활성화 방안'보고서를 분석해 보면 이를 가늠케 한다.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지방에서 조성한 자금 중 3분의 1 가량이 서울지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예금의 40% 정도(2006년 기준)를 차지하는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수신고의 33.3%가 서울로 유출된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2004년 이후 심화되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 자금의 서울지역 유출비율은 2001년 40.1%에서 2004년에는 30.8%까지 떨어졌으나 2005년 31.2%로 재상승했고 2006년에는 2.1%p나 뛰어 올랐다. 지역별 지역밀착형 금융기관 자금의 역외 유출비율을 보면 충북이 37.6%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냈다. 반면 인천(21.6%), 경기(24.9%) 등 수도권 지역은 역외 유출 비율이 낮았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이 내실위주 경영을 펼치면서 신용리스크(위험)가 큰 영세 지방 중소기업으로의 자금흐름의 차단됐고 지방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자가 활발한 서울지역 대출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결국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지역 내에서 재투자될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며 지역에 진출한 저축은행 자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지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 자명하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도내에서 영업 중인 저축은행이라면 도내에서 자금을 유통하는 게 기본이다"면서 "외지 은행들이 입점하다보면 지역의 수신은 다른 지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열악한 지역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쟁력이 취약한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발전이 필요하다"면서 "외지 저축은행 입점 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만큼 지역을 위한 유도정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장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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