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충북 민언련에 바란다

2007.06.25 07:37:45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이란 민간단체가 있다.

충북 지역에서 진보적 성향을 가진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일반회원들이 모여 ‘지역 언론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감시활동을 꾸준히 해 지역언론 개혁을 앞당기겠다’고 하는 곳이다.

본보가 지난 18일자 1면에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충북민언련 초청 특강에서 중학생들이 조선일보에 테러하는 내용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곧바로 충북민언련에서 “명씨가 언론에 관해 한 말이 많았는데 왜 그 부분만 보도했느냐? 충북일보 인터넷판에서라도 기사를 빼 달라”고 요구해 왔다.

본보는 “취재 기자가 현장에서 분명히 그렇게 들었다. 명씨처럼 저명하고 언론과 많이 접해본 사람이 기자들 앞에서 그런 발언했다는 점, 준비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 그런 영화는 국내ㆍ외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기사화 한 것이므로 삭제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만약 이번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당사자인 명씨가 이의를 제기했어야 하며, 특강 주최자일 뿐이자 중립적이어야 할 충북민언련이 그런 요구를 한 데 대해 시민단체로서의 순수성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틀 뒤 충북민언련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충북민언련 언론학교 강연내용 제멋대로 보도한 충북일보’라는 제목 아래 “명씨가 언론운동에 대해 많은 말을 했음에도 충북일보가 필요한 내용만으로 기사화했다”며 비판했다.

이는 우선 충북민언련이 언론을 감시한다면서 언론의 가장 기초적인 기능이자 고유 영역인 ‘의제설정’( Agenda Setting)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학자인 월터 리프만이 제창한 이 ‘의제설정’은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이 직접적, 구체적으로 접할 수 없는 사안, 현상, 사건 등등에 대해 언론이 어떤 것이 중요한지를 선정하여 알려주는 것을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인천 지방선거 지원 연설에서 많은 말을 했지만 “남북관계만 잘되면 나머지는 모두 ‘깽판’쳐도 괜찮다”라는 말이 보도됐듯이, 지난 지방선거 때 정동영 의장의 많은 말 중에 “노인들은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부분이 보도돼 의장직에서 물러났듯이, 명씨가 그 날 언론에 대해 많은 말을 했어도 본보는 ‘조선일보 테러 영화 준비중’이라는 부분을 보도대상으로 선정했던 것이다.

물론 충북민언련의 이런 ‘제멋대로’ 비평은 지역 언론계의 분석에 따르면 충북민언련에서 지역 언론 기사들을 비평하는 등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언론사 기자 경험도 없는 등 언론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에서 본보는 그 동안 충북민언련의 지역 언론 기사에 대한 비평이 본질을 빗겨갔거나 표피적이라도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던 것이다.

또 충북민언련의 대표는 모 지역 신문의 전직 대표이며, 운영위원에는 지역의 모 주간신문 기자와 모 방송사 PD가 있고, 감사에는 다른 시민단체 대표들이 2명이나 있다.

게다가 충북민언련 자신이 ‘충북도 복지여성국장 임명철회 공동대책위’ 등 다른 시민단체연합체에 가입하여 대외적인 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과연 충북민언련이 내부 간부들이 속해 있는 지역 언론매체를 공평하게 비판이나 감시할 수 있는 지, 자신들이 속한 시민단체연합체의 활동을 비판적 또는 긍정적으로 보도한 지역 언론 기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충북민언련이 지역 언론에 대해 비평하려면, 최소한 지역 언론만큼이라도 언론에 대해 전문성과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 입지부터 객관적이고 도덕적인 지점에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박 종 천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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