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고생 심한 도의회 직원들

2007.07.23 08:42:34

충북 도청 안에도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가 몇 군데 있다.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고 업무 특성상 동료들에게 ‘못할 짓’을 하거나 괜히 눈치가 보여서 마음이 편하지 않은 곳들이다.

예를 들면 감사실이 그렇다.
감사실 직원은 동료들의 잘못을 많이 잡아내서 불이익을 받도록 해야 열심히 일한 것이 되고, 그런 실적이 없으면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되니 그런 악역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도청 직원들이 고위직, 하위직을 막론하고 정말 가기 싫어하는 곳은 ‘도의회’이다.

도의회에서 도의원들의 각종 의정 활동을 돕고, 의회 살림살이를 해 나가는 직원들 역시 위로는 2급(이사관)인 사무처장부터 아래로 평직원까지 50여명이 모두 집행부인 도청 소속 이다.

이들은 도지사가 부서간 전출 명령을 내리는 인사발령에 따라 임시로 의회에서 일을 하고 있을 뿐 언제든지 도지사의 인사명령이 있으면 도청 내로 돌아가야 하며, 승진 또한 도지사에게 달려 있다.

그러나 집행부를 감시ㆍ견제하는 것이 기본 임무인 의회로서는 기본적으로 집행부와 긴장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의원들은 행정사무감사 등에서 집행부의 잘못을 들춰내거나 예산 편성의 문제점을 파악해 삭감 등 견제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 보좌관도 없는 의원들은 당연히 각 전문위원실 등에 있는 직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실제 그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의회 직원들은 당장 자신들이 보좌하고 있는 의원들의 원활한 의정활동을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하지만, 이는 곧 자신들의 친정인 집행부를 곤란하게 하는 일인 것이다.

물론 집행부에서 의회 직원들에게 압력을 넣거나 부담을 주지는 않지만 당사자들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특히 지난 번 처럼 인사문제 등으로 의회와 집행부가 극한 대립을 하고 있을 때에는 의회 직원들은 정말 마음고생이 심했다.

의원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료와 문안을 요구하고, 이에 충실히 따르자니 집행부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친정집(집행부)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승진인사 때 의회 직원들이 누락되면 정당한 인사에 따른 ‘오비이락’이라도 ‘혹시나’하는 불안한 심정을 느꼈다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의 경우 국회직이라는 공무원 신분 보장을 하며 의원들이 바뀌든 말든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으니 집행부(정부)의 눈치를 보거나 마음 고생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각 지방의회는 집행부 소속 공무원들이 의원들의 입법 및 사무보조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 속에 있다.

이런 폐단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도의회에 신설되는 5급 전문위원 3명에 대해 의회에서는 모두 계약직으로 하여 외부 채용하고자 했으나 승진자리를 탐내는 집행부 직원들의 반대로 2명만 계약직으로 할 모양이다.

두 말 할 것 없이 의회는 의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원은 물론 의회 직원들도 그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의회 직원들이 승진ㆍ이동 등에 대한 불안감이나 피해의식을 갖지 않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집행부의 간부들과 동료들이 먼저 격려해 주고 지켜주어야 할 것이다.

집행부에서 누군가는 의회에 가서 일을 해야 하고, 그 누구든 의회 직원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종천 /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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