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 목에 꽃을 피우듯

2007.04.16 00:11:10

지난 겨울은 별로 춥지 않아서인지 내게 있어서는 더 없이 포근한 한 해였다. 학교장으로 승진하는 뜻 깊은 해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정성들여 길러온 행운 목에서 꽃이 피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 교육계는 인사발령으로 한참 술렁이고 있을 즈음 여간해서 꽃피우기 어렵다는 행운 목에서 두개의 꽃망울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손가락만큼 삐져나온 것이 볼품없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 정도 지나 저녁 늦은 시간에 현관문을 여는 순간 향기가 코를 찌르며 불빛에 하얀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운 밤 거실을 혼자 지키다가 주인 오는 인기척에 깜짝 쇼라도 하는 양 훌쩍 피어난 꽃봉오리가 ‘와’ 하는 탄성을 지르게 하였다.

색깔은 흰색으로 언뜻 조팝나무 꽃이 연상되지만 꽃심에서 연분홍 또는 보라 빛을 발하면서 훨씬 고급스럽고 우아한 자태를 보인다. 누구의 말에 의하면 행운 목 꽃은 밤에만 향기를 뿜는다고 해서인지 밤에 밖에서 문을 열고 들어올 때면 순간적으로 향기가 났다.

혼자 보기에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 모두 이구동성으로 교장으로 승진되려고 행운목이 꽃을 피웠나 보다 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짓궂은 동생은 누님이 게을러서 물을 잘 안주니 꽃이 핀 것이라고도 하였다. 동생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든다. 때로는 물을 지나치게 자주 줘서 뿌리가 썩은 식물이 많았기 때문에 행운 목에 물을 주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참으며 인색하게 굴었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옛날카메라를 꺼내 필름을 사 넣고 마구 찍어댔다. 그리고 아까움을 참으며 용감하게 꽃대를 가위로 잘라서 비닐봉지에 쌌다. 모습이 흉해지기 전에 아름답고 신기한 모습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행운은 남이 가져 다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가꾸고 창조해 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이젠 직장에서 내가 제일 어른이 되고 새로운 가족들도 생겼다. 행운 목에서 꽃을 피우듯, 관심을 우리 교육가족에게로 돌리고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을 해야겠다.

신인자 / 괴산 백봉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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