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노인, 사별한 할머니와 이웃돕기로…

보은 탄부면 팔순 노인 500만원 기탁

2010.09.01 14:00:17

지난달 30일 보은군 탄부면사무소.

막 아침 근무시간이 시작된 시간에 한 노인(80)이 면사무소 안으로 들어왔다.

이 노인은"10년전 아내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말과 함께 한정수 부면장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고는 이내 면사무소를 나섰다.

엉겁결에 봉투를 받은 한 부면장은 바로 사연을 듣기 위해 면사무소를 나가는 할아버지를 붙잡았지만 이름이 알려지기 싫었던 할아버지는 그저"추석 명절도 다가오는데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밥 한끼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선 신분을 밝히지 않겠다는 한 부면장의 약속을 받고서야 '아내와의 약속'이 무엇인지 풀어놨다.

할아버지는"10년전 칠순이 되면서 할멈하고 80세가 되는 해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해 꼭 한 번 도움을 주자고 약속했는데 3년전 할멈이 먼저 세상을 등져 나 혼자지만 할멈하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면사무소를 방문했다"며 "생전 할멈이 가족 모두가 건강하고 남한테 손 벌리지 않고 살수 있다는 것에 항상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고 전했다.

또 할아버지는"할멈이 3년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 함께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평소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푼푼이 모았고 자식들이 팔순잔치를 해준다는 것을 마다하고 그 비용을 보태서 왔다"며"할멈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80세 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기쁘고 하늘에서 함께 기뻐할 것을 생각하면 할멈을 만나게 될 날, 할멈과 함께 크게 웃으며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탄부면사무소는 할아버지가 기탁한 쌀 교환권 500만원로 쌀 143포(20㎏)를 구입해 탄부면내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예정이다.

한정수 부면장은"받는 것에 익숙해 있는 우리들에게 큰 교훈이 됐다"며"살기가 참 팍팍하다고들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사연도 있다"고 말했다.

보은 / 정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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