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막이 옛길'을 아시나요?

2010.09.07 17:46:58

강길중

충북도 농정국장

예년에 비해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이 입추(立秋)와 처서(處暑)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기세가 꺾이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태풍까지 겹치면서 농민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여름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 같은 애처로운 모습이다. 그러나 계절의 변화를 그 누군들 막을 수 있겠는가· 머지않아 들녘은 누런 황금빛으로 풍요로워 지고, 산과 들은 온통 색동옷으로 갈아입게 될 것이다. 그리고 통행이 비교적 한산한 시골길 양옆으로는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높디높은 가을 하늘엔 손을 내밀어 엄지와 검지를 오므리기만 해도 쉽게 잡을 수 있을 만큼 무리지어 날아다니는 빨간 고추잠자리도 보게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고즈넉한 시골농가의 지붕과 돌담위로는 산후 몸조리에 최고라는 둥그렇고 누런 호박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모양새로 치렁치렁 매달릴 것이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지루했던 여름도 더 이상은 어쩌지 못하고 가을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물러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주전 일요일에 무더위도 식힐 겸 해서 모처럼 시간을 내 집사람과 함께, 금년 초 결혼한 딸아이 내외를 데리고 언론과 입소문만으로 전해 들었던 괴산군 칠성면에 있는 '산막이 옛길'을 가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승용차로 1시간여를 달려 칠성면 소재지에 도착해서 안내 표지판을 따라 괴산댐 방향으로 4㎞ 정도를 더 들어가자 조그마한 주차장과 좁은 도로는 이미 먼저 온 차량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하기는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더불어 대한민국 3대 아름다운 길로 알려 지면서 매일 1,000여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하니 그럴 만 도 했다.

막걸리를 포함한 간단한 음료와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판매하는 소위, 주막집에서부터 산책을 시작하면 고인돌 쉼터와 참나무 연리지(連理枝)를 만나게 된다. 우거진 소나무 숲에는 출렁다리를 만들어 탐방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는가 하면, 산책길 중간 중간 시야가 트인 곳에는 어김없이 전망대도 만들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커다란 참나무에 작은 구멍을 뚫어 물이 흘러나오도록 해 놓은 앉은뱅이 약수터는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목을 축일 수 있도록 해 놓았으며, 남아도는 허드레 물로는 물레방아가 돌아가도록 꾸며 놓아 산책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울창한 소나무와 참나무 숲을 가급적 훼손시키지 않으려고 군데군데 우드칩(파쇄된 나무 조각)을 사용하는 등 나름대로 자연훼손을 최소화 하는 친환경적 공법을 이용한 흔적이 역력했다. 약수터에서 잠시 땀을 식히고 얼음 바람골과 참 다래 동굴을 지나면 어느새 2.3㎞ 산막이 옛길의 종착지점인 선착장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산막이 옛길'은 곳곳에 이야기 소재를 만들어 놓았기에 전혀 지루하다거나 힘이 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얼마 전, 언론에 종사하고 있는 지인이 보내준, '물은 99℃ 에서는 끓지 않고, 반드시 100℃가 되어야만 끓는다'는, 다시 말해 99℃와 100℃ 사이는 비록 1℃의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그 1℃ 때문에 끓지 않던 물이 펄펄 끓게 된다는 메일내용이 문득 떠오른다. 요즘처럼 열대야가 계속되고 불쾌지수가 높아 질 때면 자연히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으면서 괜스레 짜증이 날 때가 많아진다. 늦더위에 지쳐 무언가 부족해 졌을지도 모를 일상에 1℃의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라도 가족과 함께, 그리고 연인과 함께 충북 괴산군 칠성면에 소재하고 있는 '산막이 옛길'을 걸으면서 분위기를 전환 시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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