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안밝혀진 화재 배상은?

집주인, 세입자 상대 손배소송
법조계 "방화 배제못해 어려워"

2010.11.04 20:12:41

화인(火因)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로 집이 탔을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어렵다'는 게 지역 법조계 의견이다.

지난 4월27일 청주시 흥덕구 복대2동 한 다가구주택 2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올 들어 충북에서 가장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화재다.

이날 불로 이 집에 세들어 살던 A(여·37)씨와 딸(6), 아들(4)이 연기에 질식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소방서 추산 피해액은 3천301만원.

A씨의 남편 정모(37)씨는 어머니를 백혈병으로 잃은 지 1년만에 아내와 두 자녀를 한꺼번에 잃었다.

끔찍한 사고발생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정 씨에게 그날의 화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집주인이 정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당초 화인으로 지목되던 휴대용가스레인지 폭발은 원인 미상의 화재에 따른 2차 폭발"이라며 "최초 화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며 외부에 의한 착화(방화)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식결과를 발표했다.

그 뒤 집주인은 정 씨를 상대로 "화재로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주인이 정 씨에게 화재피해를 배상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화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화책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화인을 제공한 사람이 과실 경중에 상관없이 주변의 모든 화재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세입자 과실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 민법 315조(전세권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따라 전세권은 소멸되고 집주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집주인은 반환해야 할 전세보증금으로 손해배상에 충당하고 남는 금액이 있다면 반환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족분을 청구할 수 있다.

반대로 집주인의 관리부실로 화재가 났다면 세입자가 집주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청구소송과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역 법조계에는 "집주인이 정 씨에게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청주지역 한 법무법인 관계자는 "최초 화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집주인이 정 씨에게 손해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집주인의 억울한 심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가족과 재산을 모두 잃은 정 씨에게 손해배상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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