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의 유교론

2010.12.01 18:45:08

박노현

충북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경영학박사

풍산금속은 비철금속부문에서 세계적인 회사이다. 풍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회사설립 이후 40여년동안 한눈을 팔지 않고 외길을 고집해왔다는 점이다. 풍산의 이 같은 한 우물 경영전략은 창업자인 유찬우회장의 독특한 경영관에서 비롯됐다. 유찬우회장의 경영관은 바로 유교적 가치관과 문화에서부터 출발한다. 유회장이 내세우는 경영관은 바로 사업보국(事業報國)으로 귀착되며 그 방법론으로 전문화는 필수적이다. 풍산이라는 회사이름도 풍산유씨인 그의 본관에서 따온 것이다. 유회장이 방위산업에 참여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도 서애(西厓) 유성룡선생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을 만큼 유회장의 유교적 경영은 뿌리가 깊다.

이에 대한 유회장의 회고를 들어보면 "사업가라면 응당 이윤을 창출해야 하지만 유용한 기업경영을 통해서 국가에 봉사해야하고 국가는 이러한 산업발전에 따라 부강해지는 것입니다. 내가 동제품을 생산하지 않았다면 자주국방의 근원이 된 탄약생산에 나설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나는 우리 군이 필요로 하는 탄약의 완전자급화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조선의 군사력이 강했다면 임진왜란도 피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재상이었던 유성룡선생도 군사력이 허약함을 탄식해 징비록(懲毖錄)이란 책을 저술했습니다.

이 책은 히데요시의 침략당시 조선이 얼마나 국방에 허술했는지를 적나라하게 지적하면서 조선이 장차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내 선조인 한이었고 나는 그분의 한을 풀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결국 유회장의 모든 경영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업보국으로 설명되며 그가 무역업을 통해 일본에서 모은 자본을 국내에, 그것도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은 비철금속에 투자한 것은 전문적인 지식이나 사업전망이 밝아서도 아니다. 단지 공업을 발전시키려면 반드시 소재산업을 일으켜야 하는데 누가해도 꼭 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생각에 매달려 불문곡직하고 산업화에 반드시 필요한 비철금속 소재산업에 눈을 돌린 것이다. 비철금속산업이 기술집약적이고 자본집약적인데다 투자회수기간이 길어 두 번씩이나 자살을 결심할 만큼 혹독한 위기를 겪기도 했다.

유회장은 "진정한 기업인은 누가하든 국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 과정이 아무리 힘들더러도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일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남이 안하거나 못하는 일에 뛰어들어 마침내 목표를 달성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성취감 같은 것이 오늘날까지 나를 지탱해주고 있습니다. 기업하는 것과 돈 버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먹고 살기위해서 무슨 일을 하는 것과는 달리 사명감을 갖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야하는 것이 기업입니다" 라고 역설하며 전문화를 통해 구체화된다. 전문화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남이 할 수 없는 일, 안하는 사업만을 개척하며 다른 사람이 하는 사업에 뛰어들어 싸우는 짓은 하지 않되 일단 착수한 일은 그 분야에 전념해서 세계정상으로 이끌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의 전문화는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기업이 부실화됨으로써 사회에 죄를 지었던 많은 기업들에 대한 강한 반론이다.

또한 세계일류의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유회장은 평생 신념으로 전문화에 매진하다보니 현장경영을 펼치며 1년 중 절반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세계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선진 비철업계의 신기술과 신 장비를 살펴보고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가 가장 많이 움직이고 끊임없이 생각하며 현장과 함께하면서 몸으로 익힌 경험의 산물을 통해 때로는 엔지니어들에게도 기술적인 조언을 해줄 만큼 전문지식이 해박하다. 제조업의 심장은 바로 제품을 만드는 생산 현장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늘 현장에서 산지식을 얻으며 이를 곧바로 현장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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