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치과서 사랑니 안 뽑는 이유

의사 "위험부담에 비해 돈 안돼" 꺼려
시민 "시술 거부 책임회피" 불만 목청

2010.12.13 18:59:56

직장인 김모(33)씨는 최근 사랑니를 뽑기 위해 동네치과를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동네 치과에서는 사랑니 발치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 더 큰 병원을 가보라"는 말을 들었던 것. 할 수 없이 종합병원을 찾았지만 접수 담당자는 "사랑니 발치 시술 예약이 내년 1월 중순까지 밀려있다"고 했다.

김 씨는 "동네마다 치과가 있지만 사랑니를 뽑는 병원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며 "돈 주고 아픈 치아를 뽑겠다는 데 왜 시술을 거부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동네 치과가 사랑니 발치시술을 거부, 환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동네 치과들은 "시술에 따른 위험성은 크지만 수가가 너무 작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청주지역 치과 개원가에 따르면 사랑니 발치의 경우 단순 발치는 1만원, 수술을 이용한 발치는 6만~8만원 가량의 수가가 정해져 있다. 이 중 환자 본인 부담금은 5천~1만3천원 수준이다.

단순 발치는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자라나 육안으로도 쉽게 사랑니를 확인할 수 있을 경우 시행한다.

문제는 수술을 이용한 사랑니 발치. 사랑니가 옆으로 누워 자라난 경우 육안으로도 확인이 어려워 이를 뽑기 위해서는 잇몸을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사랑니 발치 수술은 최소 30분에서 많게는 3시간 이상 걸린다. 또 단순 발치로 끝날 줄 알았던 시술이 도중에 수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아예 사랑니 발치를 거부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

또 지난해 8월 사랑니 발치 수술 뒤 발생한 후유증에 대해 치과의사가 80%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천지방법원의 판결이 나온 뒤 동네 치과에서 사랑니 발치를 하는 경우가 급감했다는 게 치과의사들의 설명이다.

취재 중 무작위로 전화를 건 청주지역 치과 20곳 중 14곳은 "사랑니를 뽑아준다는 다른 치과를 소개시켜준다"고 답했다.

시민들은 "다른 시술은 다 하면서 사랑니를 뽑아주지 않는 것은 책임회피"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한 시민은 "임플란트 1개에 200만원 이상을 받는 임플란트 전문 치과에서도 사랑니는 뽑아주지 않더라"며 "생니를 뽑은 뒤 나사구멍을 만드는 임플란트 시술보다 사랑니 발치수술이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치과 개원의는 "사랑니 뿌리 쪽에 있는 큰 신경관을 잘못 건드릴 경우 안면마비가 올 수 있다"며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6만원을 벌자고 환자의 잇몸을 째는 치과의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현창기자 anboy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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