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의 무(無)소유 경영론

2010.12.29 19:39:04

박노현

충북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경영학박사

'평지풍파를 일으켜서라도 바꿔야한다', '쇠붙이 재벌', 바늘에서 선박에 이르기까지 철의 기업으로 불리는 동국제강그룹에는 1993년 9월 25일 장상태 회장의 진두지휘아래 개혁의 바람이 한창이었다.

"자기회사가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한번 생각하기 바랍니다. 어제까지 하던 일, 하던 사업을 오늘 안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그러면 개혁을 하고 바꾸는 방법이 나옵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을 어떤 기준을 두고 생각해보면 해야 할일과 안해도 될 일을 구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개혁을 막 시작했습니다. 이 개혁은 금년 내내 할 것이고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세상은 앞으로 상당히 바뀌어 진다고 봐야합니다."

이렇게 장상태 회장의 경영개혁론은 솔직하고 담백하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이 바뀌는데 더 이상 구태 의연한 경영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의 경영관 중의 다른 핵심은 전문경영인 육성과 자율 책임론이다. 이 부분에 이르러서 그의 지적은 보다 신랄하고 직접적이다.

"저는 동국제강이 크다고 보지 않습니다. 저는 계열사라고 해서 직접 묻고 보고받고 하는 일이 없습니다. 사실 연합철강 등 계열사는 1년, 2년이 가도 회사가 어떻습니까 라는 말도 해본일이 없고, 들어본 일도 없습니다."

장상태 회장은 독립경영을 지극히 간단한 세포분열에 비유하고 있다. 즉 기업이 성장하면 관련 기업이 자연히 많아지게 되고 이렇게 많아진 기업들은 각자 독립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세포분열과 독립경영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동식물의 세계에선 암수가 모여서 지식을 낳고 그 자식이 다시 번식을 합니다. 동식물들은 이처럼 자연 속에서 생존경쟁을 하게 됩니다. 자연은 자연 그 자체에 룰이 있어서 도태를 하고 진화하지만 인간은 법률을 만들어 가지고 관리합니다. 저는 정책이 어떻다 해서 기업이 분화된다는 것보다는 기업이 커지게 되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장상태 회장의 경영개혁론은 선친이자 창업주인 (고)장경호회장의 스타일과 유지를 이어온 것이다. 고 장경호 회장은 27세에 가마니장사로 사업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 1949년에 부산에서 조선선재를 설립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큰돈을 벌었다. 그는 이 돈으로 한국특수제강을 인수, 동국제강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철강산업을 시작했다. 1963년 부산제강소 압연공장을 설립하고 1967년 주물 철골 생산업체인 대원사를, 1968년에 철골시공업체인 동국건설을, 1971년에는 부산신철을, 1979년에는 동국중기공업을 속속 설립, 철강왕국의 꿈을 실현해 나갔다.

18세 때부터 절을 즐겨 찾은 고 장경호 회장은 대원이라는 법명을 받아 불교에 심취했다. 그는 기업인이면서 불교의 무(無)사상에 심취, 몸소 실천했다. 그는 운명하기 두달전인 1975년 7월 사유재산 31억원으로 불교진흥원을 설립됐고 이를 근간으로 불교방송이 설립됐다. 지금도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소유하지 말라, 세상을 위하고 사람을 위해 일하라'고 하신 말씀은 그대로 승계되어 더욱 발전하고 있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