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엔 민속주 어떠세요"

제사상에 올리는 술 차례·제례주라 불러
충북도내 지역마다 대추·백엽·송로 등 이용 민속주 생산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술과 달리 맛·향 '일품

2011.01.31 18:59:46

설날 차례상에 술이 빠질 수 없다. 조상을 불러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그 음덕으로 삶의 평안을 구하는데 술만큼 제격인 게 없기 때문이다.

제사상에 올리는 술은 차례주 또는 제례주라고 하는데, 각 지방마다 또는 가정마다 다른 술을 쓰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차례상에는 민속주가 제격이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그 지역마다 특색을 지닌 민속주가 있다.

충북지역도 마찬가지다. 청주의 대추술을 비롯해 충주의 백엽주·청명주, 청원의 신선주, 진천의 덕산약주, 옥천의 한주, 보은의 송로주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설은 충북의 지역 색이 묻어나는 민속주로 조상들을 맞아보자.

◇청주 대추술

대추술은 청주 상당산성 산성마을에서 빚어진다. 산성마을에서 언제부터 대추술을 빚었다는 특별한 기록은 없으나 마을 인근에서 대추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 다만 산성마을이 청주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가 되고 이곳의 대추술이 맛이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추술은 누룩과 찹쌀, 맵쌀, 대추, 솔잎, 엿기름을 재료로 만든다. 누룩 향이 옅은 편인데 대추가 들어 있어 단맛이 강하고, 16도의 약주로 진하고 묵직한 맛이 향긋하다.

◇충주 백엽주

충주 백엽주(柏葉酒)는 잣나무 잎을 담가 우려낸 술이다. 충주댐으로 수몰된 충주시 살미면 신내리 매남골 안의 전주 이씨 집안의 가양주다. 현재 술을 빚고 있는 이재붕씨는 세종대왕의 아홉째 아들인 화의군의 16대 종손이다. 재료는 잣나무잎, 멥쌀, 엿기름이다. 누룩이 들어가지 않는 게 이 술의 특징이다.

누룩을 쓰지 않고 자연효모로 발효시키기 때문에 도수는 그리 높지 않다. 이씨 집안에서 여름 음료용으로 빚어 마시고 있다.

◇충주 청명주

청명주는 4월5일 청명일에 마시는 절기주로도 유명하다. 한강의 뱃길 나그네들에게 사랑받았던 술로 그 명맥이 끊어졌다가 1980년대에 복원됐다. 1993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2호로 지정된 이 술은 김영기씨와 그의 숙모 박영아씨에 의해 복원됐으나 현재 두 분 모두 작고한 상태로 김씨의 아들인 김영섭씨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술 맛은 약재가 많이 들어가 아주 진한데 약주로서는 도수가 높은 17도다. 약재의 진한 향속에서 찹쌀 곡주 특유의 부드러움이 있는 맑은 술로 첫맛은 강하고 뒷맛은 가볍다.

◇청원 신선주

술 이름에 신선 선(仙)자 들어가면 대체로 약재가 많이 들어간다. 신선주에는 약재가 12가지가 들어가는데 청원군 미원면 계원리의 함양 박씨 집안에서 빚고 있다. 신선주는 1994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4호로 지정된 술로 생지황, 숙지황, 인삼, 당귀, 감국, 구기자, 육계, 맥문동, 하수오, 우슬, 천문동, 지골피(구기자 뿌리) 등의 약재가 들어간다.

술을 빚은 뒤 맑은 발효주를 그냥 마시면 약주 신선주고, 이를 증류해 마시면 소주 신선주다. 현재 문화재로 지정된 술은 40도의 소주 신선주다.

◇진천 덕산약주

덕산약주는 진천군 덕산면 소재 세왕주조에서 빚는 술이다. 목재로 지어진 양조장의 상량문에는 '소화 5년 9월 초2일' 건물을 올렸다는 글귀가 있다. 1930년(소화 5년)에 양조장이 지었다는 표시다. 문화재청은 이곳을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58호'로 지정됐다.

덕산약주는 국내산 백미를 80%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햅쌀만 쓴다. 묵은 쌀을 쓰면 술에 묵은 맛이 그대로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옥수수 전분과 물을 섞어 끓인 뒤 고두밥 대용으로 4~5일 정도 발효시켜 시중에 유통되는 당화주(糖化酒)와는 차원이 다르다.

◇옥천 한주

옥천한주는 옥천군에 있는 한주양조에서 빚어진다. 술을 빚는 이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2호 송절주 기능보유자인 이성자씨다. 옥천 한주는 송절주의 제조방법을 모태로 해서 빚는 증류주다. 송절주에는 멥쌀, 찹쌀, 송절, 당귀, 희첨(진득찰)이 들어가고 봄에는 진달래꽃, 가을에는 국화꽃, 솔잎, 누룩이 들어간다. 옥천 한주를 빚을 때는 송절주와 달리 약재 달인 물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물을 사용한다. 밑술을 멥쌀 백설기로 담고, 덧술은 멥쌀과 찹쌀을 반반 섞어서 담는 것은 같다. 한주는 덧술이 완성되면 증류기에 넣고 증류한다. 증류한 술은 6개월 이상 숙성시킨 뒤에 병에 담아낸다. 투명한 한주는 35%와 45% 두 종류가 있다.

◇보은 송로주

송로주는 보은군 내속리면 구병리에서 빚는 술이다.

1994년 충북도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됐는데 송로주의 재료로는 멥쌀, 관솔(솔옹이), 복령, 누룩이다. 누룩은 통밀을 빻아서 만드는데 녹두물로 반죽을 한다.

밑술 빚기와 덧술 빚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술덧을 베보자기에 담아 여과한 다음 가마솥에 넣어 소줏고리를 얹어 증류한다. 그렇게 내려 마시는 송로주는 48도나 되는데 여자들을 위해 낮게 내린 소주는 꿀을 타서 마시기도 한다.

◇제천 고본주

제천 전통주인 고본주는 여성들이 오래동안 복용하면 아름다운 피부를 갖게 되고 허한 것을 이기는 힘을 길러준다고 알려져 있다. 체내의 부족한 기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오래 장음 할수록 노화를 억제하는 힘을 길러준다고도 한다.

주재료는 생지황(건지황), 숙지황, 천문동, 맥문동, 백복령, 인삼 등이 들어가는데 이들 약제를 잘게 썰어 3일간 술에 담궜다가 약한 불에 1~2시간 정도 술의 색이 검게 될 때까지 달여 완성된 술이다. 복용법은 매일 소주잔으로 식전에 3번 복용하는 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 김수미기자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