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조기 퇴직 능사인가

2007.12.09 22:20:02

몇 해 전에 이런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다.

‘사오정’ ‘오륙도’ ‘육이오’ 등.

45세 정년을 뜻하는 ‘사오정’, 56세까지 일하면 도둑이란 의미의 ‘오륙도’, 62세까지 일하면 오적이라는 ‘육이오’ 등은 그 당시 직장인들의 심리와 그런 사회현상을 잘 표현한 말이다.

최근 도내의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례조회에서 “1년이든 6개월이든 일찍 용퇴해 주는 것이 후배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고 성취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직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공무원들의 명예퇴직을 권고한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무원 조기퇴직 풍토가 반드시 조직에 순기능만을 가져온다고 할 순 없다.

지방공무원의 정년퇴직 연령은 5급 이상의 경우 만 60세이고, 6급 이하는 57세다. 이에 대한 불공평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고위직 공무원과 하위직 공무원 간의 위화감을 조장하고 하위직 공무원의 상실감은 퇴직 후 사회 적응에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조기 퇴직과 사실상의 정년 단축은 공직사회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고, 공로연수가 유명무실한 현실에선 더더욱 그렇다. 공로연수는 정년퇴직 6개월 또는 1년을 남겨둔 공직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사회적응 준비와 인사적체 해소, 후진양성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응 프로그램의 부실과 위로 차원의 국외연수 등 공로연수의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다.

1970년에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를 넘은 일본의 경우 1970년대 중반부터 고령자 고용촉진과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인 인구는 지난 2000년 이미 7%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또 2019년엔 고령사회(14%), 2026년엔 초고령사회(20%)에 들어설 것으로 통계청은 내다봤다. 노인 인구 비율의 증가는 단지 전체인구의 노쇠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경제활동인구인 청·장년층의 사회적 비용 부담 증가가 뒤따르게 된다. 또 조기퇴직은 경제적 어려움을 낳게 되고 이에 따른 가정 해체와 사회 빈곤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번 17대 대선 후보의 공약 중엔 60세 이상 정년을 의무화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정년 70세 시대를 열겠다는 내용이 있다. 55~56세 고령자의 점진적 퇴직 지원을 통해 더 많은 고령자가 더 오래 일하면서 안정적인 노후소득을 확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추가 부담분은 고용보험기금을 통해 보전해 주는 임금피크제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했다. 종사자가 가장 능력을 발휘하는 시기를 최고점으로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임금을 줄여 나가는 임금피크제. 임금 인하 시기를 언제로 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고령자 고용촉진과 수십년간 다져온 공직 경험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공직사회에서도 신중히 검토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여기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할 게다. 단지 정년만 늘려 ‘놀고 먹는다’는 인식을 심어줘선 안된다. 관리자만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실무자를 늘리는 조직 개편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자는 2주 전에 ‘느림의 미학’인 ‘치타슬로(Cittaslow)’, 즉 슬로시티(느리게 사는 도시) 얘기를 다룬 적이 있다. 이탈리아의 카스틸리오네는 치타슬로 운동에 참여한 지 8년만에 관광객이 350%가 늘었다.

그저 느리게 사는 것만으로 그랬다. 임금피크제는 승진 조급증을 해소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승진에 마음 졸이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움이 공직사회에도 자연스레 자리잡을 수 있게 된다.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닌 것이다. 계단을 조금은 천천히 올라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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