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수암골 '상처뿐인 영광'

쓰레기 뒹굴고 벽화훼손…명소 무색
관광객들 발길 크게 줄자 관리도 소홀

2011.08.30 20:20:42

수암골의 벽화 일부분이 훼손됐지만 보수공사가 시행되고 있지 않다.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로 명소가 된 '수암골(상당구 수동)'이 반짝 인기로 전락해버렸다.

사실 달동네인 수암골은 2008년 벽화마을로 꾸며져 청주의 명소가 됐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이홍환 화백을 비롯, 충북민예총 전통미술위원회와 청주대, 서원대 학생들이 '추억의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로 서민들의 생활을 담은 벽화를 그렸다.

오래된 주거 풍경에 벽화라는 이색 풍경이 연출되면서 2009년, SBS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수암골은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됐다. 주로 옛날 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만 찾던 곳이었지만 일반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아오면서 청주의 명소가 된 것이다.

이 열풍은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성공으로 더욱 뜨거워졌다.

시청률 50.8%의 대박을 터뜨리며 드라마의 주요 장소였던 '팔봉 제빵점'은 촬영이 없는 날 일반 베이커리 카페로 바뀌며 높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가 종영된 후로 수암골을 찾는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졌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20년째 수암골에서 살고 있다는 김모 할아버지는 "한창 드라마 촬영할 때는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화장실을 빌려주는 것만 해도 골치 아팠다"며 "지금은 예전에 비해 관광객들이 많이 줄어 주말에만 무리지은 사람들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2008년에 조성된 벽화는 현재 그림의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너덜너덜해져 버렸고 색도 바래 아름다움과 개성을 잃은 지 오래다.

A(여·26·청주대교육대학원2)씨는 "학교가 근처라 점심을 먹은 뒤에 자주 놀러오곤 했는데 예전과 달리 그림이 훼손돼 보기에 좋지 않았다"며 "청주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만큼 빨리 대책이 서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길거리에는 쓰레기도 넘쳐났다. 주민들 중 쓰레기 정리반을 편성, 쓰레기를 정리하도록 했지만 관광지에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그 역할에도 소홀해졌다.

훼손된 벽화 그림, 거리마다 쌓여있는 쓰레기들은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던 수암골을 외면하게 만든 원인으로 충분했다.

오는 9월부터는 수암골에서 새로운 드라마가 촬영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한 번 관광지로의 매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사실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나서 수암골을 찾는 관광객들도 줄고 수암골의 관리도 예산문제로 소홀했던 게 사실"이라며 "올해도 드라마 촬영지로 선정되면서 수암골의 인기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안으로 예산을 확보해 공중화장실을 증설하고 훼손된 벽화를 보수하는 등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 김경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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