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윤리특위는 ‘폼’인가

2007.12.23 23:12:48

‘원안 가결’이 잇따르고 있다.

충북도내 시·군의회 대부분이 최근 의정비 인상 관련 조례안을 원안 가결하고 있는 것이다.

영동군의회가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 여론에 행정자치부 인하권고 기준(3천501만원 미만) 이하인 3천480만원으로 확정했을 뿐 나머지 의회는 의정비 심의위 결정액을 그대로 원안 통과시키고 있다.

행자부의 의정비 인하권고가 지방자치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규정하고 행자부의 권고에 정면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지난달 29일 청주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한 박명재 행자부 장관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는 이 자리에서 의정비심의위 참여 경험 등을 들어 행자부가 의정비 상·하한선을 정해야 한다는 여론을 박 장관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박 장관의 의견은 달랐다. 행자부가 의정비 상·하한선을 정하는 그 자체가 지방자치의 본뜻을 훼손하는 것으로, 지방에서 자율적으로 의정비를 결정해 나갈 때 비로소 지방자치가 성숙해진다는 논리였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행자부는 그로부터 나흘 후 의정비를 과다인상한 전국 44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의정비 인하를 권고했다. 시 지역은 3천911만원 이하, 군 지역은 3천501만원 미만으로.

그렇지 않으면 교부세 감액 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충북도내 인하권고 대상 7개 시·군의회 중 영동군의회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시·군의회는 행자부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행자부의 권고가 지방자치를 침해한다는 명분을 들어.

박 행자부 장관은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이런(의정비) 논란으로 진통을 겪고 있지만 이는 지방자치 정착 과정에서 나타나는 긍정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의 이 말에 공감한다.

지금의 여러 부정적인 현상과 부작용이 지방자치가 성숙하고 정착하기 위한 전 단계로서 겪어야 할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은 이제 명예직이 아니다. 엄연히 보수를 받고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 운영 등을 제대로 짚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지방의원들의 보수는 현실화돼야 한다. 그들이 생계에 얽매이지 않고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더욱 그렇다.

이들의 보수를 현실화시켜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

그럼에도 노파심은 가시지 않는다.

일부 지방의원의 잘못된 행동거지 때문이다.

제천시의회의 한 의원은 지난 4월 밤늦게 술에 취한 채 알몸으로 동사무소 건강관리실에 들어갔다가 ‘불법침입’으로 경찰과 방범업체가 출동하는 소동을 일으켰다.

또 다른 시의원은 지역축제 먹을거리장터 사업권 계약문제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모 정당 소속 제천시의원들이 비공식 정당행사에 시청 관용차를 사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또 있다.

진천군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지역인사들에게 밀도살 곰 요리를 판매해 파문을 일으켰고, 최근 증평군의원은 국고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괴산군의원과 제천시의원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당선무효형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이처럼 일부 지방의원이 잇단 비리와 품위손상으로 지방의회의 위상을 실추시켰다.

그럼에도 이상스럽다.

지방의회마다 설치한 윤리특위가 요지부동이다.

한마디로 윤리특위는 ‘폼’이다.

폼은 ‘폼(을) 잡다’ ‘폼(을) 재다’ 등의 관용구로 곧잘 쓰인다.

지방의회 윤리특위가 폼만 잡아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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