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해변의 눈물과 기적

2007.12.26 19:56:02

“초등학생은 태안자원봉사 활동에 함께 갈 수 없나요”

“중학교 1학년인데 신청이 안되나요”

“크리스마스나 신정에는 일을 쉬는데 이때는 자원봉사활동 계획이 없나요”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일 시민들의 간절한 자원활동참가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태안지역에서 해상 원유유출사고가 난후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주말을 이용하여 두 차례에 걸쳐 수 백명의 학생, 시민들과 함께 시커먼 기름으로 뒤덮힌 해안에서 힘든 방제작업을 벌였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방제작업에 동참하기를 절절히 희망하고 있다.

2007년 12월 7일 오전7시경 충남태안 만리포 북서쪽 10㎞지점의 해상에서 3000톤급의 거대한 크레인을 실은 운반선이 정박중이던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에 충돌하여 유조선 옆구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1만 1~2천톤 가량의 원유가 바다에 유출되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로 인해 충남서산 가로림만에서 태안 안면읍 해안에 이르는 170여㎞ 해안을 기름성분을 분리하기 전 콜타르 형태의 시커먼 원유덩어리가 뒤덮어 5100헥타의 어장과 만리포, 천리포 등 15개의 해수욕장, 천연기념물인 신두리 해안사구, 그리고 가의도 등 인근 섬들을 심각하게 오염시켜 버렸다.

풍랑이 심한데도 무리하게 대형크레인 운반선을 이동시킨 것도 문제지만 사고 후 신속하게 선박 수리 기술자를 투입하여 뚫린 구멍을 때우거나 오일펜스를 쳐 기름의 해안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해 더 큰 화를 부른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커먼 원유가 해안으로 몰려들자 이를 분산시키기 위해 뿌려댄 유화제로 인해 기름덩어리가 작은 공처럼 뭉쳐져서 바다속을 떠다니거나 개펄 속으로 가라 앉아 한층 광범위한 해양오염을 야기시켰다.

20일 가까운 기간 동안 수십만의 자원봉사자들이 걷어냈을 이천톤 전후의 원유와 자연증발로 추산되는 이천톤 가량의 원유를 제외한다하더라도 최소한 5~6천톤의 원유 찌꺼기가 물속이나 개펄에 가라앉아 방제처리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따를 뿐 아니라 해양생태계가 회복되는데도 최소한 수 십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정말이지 한심한 것은 1995년 여수 앞 바다에서 GS칼텍스의 원유를 실어나르던 씨프린스호가 해양기름유출사고를 낸 후 사후 대비책을 담은 백서가 2005년에 정리되어 나왔는데 거기서도 해안 생태계의 자연복원력 보호를 위해 유화제를 써서는 안 된다는 것과 유조선의 선체 벽 두께가 20㎝정도에 불과한 단일선체 유조선 대신 선체 벽이 50㎝전후인 이중벽 선체 사용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사고유조선을 이용했던 현대오일뱅크의 이중벽 유조선 활용비율이 17%에 불과했던 것은 이윤추구에 혈안이 된 대기업정유회사의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낸다.

한강과 금강 물을 정화해주고 풍부한 해산물과 수많은 철새를 불러 모을 뿐 아니라 아름다운 해안 사구와 해수욕장을 제공해주던 서해바다 개펄과 백사장이 오염된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오게 될까.

우리들에게 정화와 풍요를 가져다주던 어머니같이 넉넉한 서해바다와 개펄이 흘리는 검은 눈물은 그들만의 눈물이 아닐 것이다. 그곳에 생의 터전을 둔 어민들과 해조류, 물고기, 새들 그리고 개펄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의 피눈물이자 그 바다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의 가슴 아픈 눈물이기도 할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자신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시간과 돈과 정성을 들여 기어이 서해바다 검은 해안에 주저앉아 돌과 자갈과 모래의 검은 눈물을 닦아주면서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용서를 비는 모습에서 가슴 뭉클한 기적은 소리 없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곳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불평이었습니다. 그곳에 피어오르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적의 희망이었습니다.”

한 자원 봉사자가 남긴 태안 바닷가의 기적의 광경을 그린 댓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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