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탑을 펄펄 끓게 하자

2011.12.11 16:04:36

2011년 달력이 달랑 한 장 남았다. 매년 이맘때면 거리에는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자선냄비의 역사는 120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100년에 이르고 있다. 이제는 연말의 거리를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이다.

연말이면 또 한 가지 볼 수 있는 게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하는 '사랑의 온도탑'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매년 목표액을 설정한다. 그리고 적립액에 따라 사랑의 온도탑 온도계가 올라간다. 사랑의 온도계로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셈이다.

그동안 성금의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강조돼 왔다. 모금에 동참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사랑의 열매'는 나눔 실천의 상징이 돼 왔다. 그러나 최근 청주에선 이 사랑의 온도탑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충북도사회복지공동보금회는 지난 1일 청주시 상당공원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가졌다. 그런데 이 사랑의 온도탑은 제막식 후 곧바로 가경동 가로수길로 옮겨졌다. 청주시가 지난 6월 '옥외광고물 등의 특정구역지정 및 표시제한·완화' 변경 고시안을 발표하고 지난 7월부터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경 고시안에는 도시 미관과 보행자의 통행권 확보 등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람들이 잘 모이거나 통행하는 4개 지역을 미관지구로 설정해 해당 지역에는 가로형 광고물이나 돌출 광고물, 지주형 광고물 등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사랑의 온도탑도 이에 따라 가경동 가로수길로 이전하게 됐다.

그러나 사랑의 온도탑은 우리사회의 공동체 의식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지난 1999년 처음 생긴 이래 모금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했다. 시민들도 거리에 설치된 온도탑의 눈금을 보며 자발적 기부행렬에 동참했다.

물론 우여곡절도 있었다. 지난해 성금 유용 파문으로 시민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준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목표액에 미달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그러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위기를 맞았다. 당연히 사랑의 온도탑도 냉랭해 졌다. 국민적 시선 역시 아직 곱지 않다.

그렇다고 사랑의 온도탑이 갖고 있는 진정성까지 훼손돼선 곤란하다. 오히려 지난 아픔을 딛고 온도를 훈훈하게 높일 수 있도록 서로 보듬는 자세가 중요하다.

현재 사랑의 온도탑이 이전한 가경동 가로수길 주변은 모텔이나 유흥주점이 밀집돼 있다. 유동인구도 적어 사랑의 온도탑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행정당국의 조치가자칫 시민들의 온정의 손길까지 막을 수 있다. 게다가 12월말까지만 허가돼 그 이후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청주시의 변경 고시안에 대한 취지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공익적인 목적의 광고물과 상업적인 목적의 광고물을 구분할 필요성은 있다. 사랑의 온도탑 자체가 소외된 이웃에 대한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해 마련된 만큼 다시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눔은 부의 재분배다. 불균형적 사회를 바로잡고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 빈곤계층을 아우르는 수단이다. 나눔은 무엇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끼리의 동질성 회복 노력이다. 그래서 나눔은 인간이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표현이다.

올해 연말은 우리의 사랑과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 냉랭했던 '사랑의 온도탑'이 펄펄 끓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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