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이전에 배려가 우선

2008.01.09 22:26:49

노인이 빵을 훔쳐 먹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다.
“늙어가지고 염치없이 빵이나 훔쳐 먹고 싶습니까?”
“사흘을 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때부터 아무것도 안보였습니다.??
“당신이 빵을 훔친 절도행위는 벌금 10달러에 해당됩니다.??
판결을 내린 뒤 방망이를 땅땅땅 치자 사정이 딱한 노인을 용서해줄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저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판사는 자기 지갑에서 10달러를 꺼내
“그 벌금은 제가 내겠습니다.
그동안 좋은 음식을 많이 먹은 죄에 대한 벌금입니다.??
“이 노인은 재판장을 나가면 또 빵을 훔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 모인 여러분들도 그동안 좋은 음식을 먹은 대가로 조금씩 기부해 주십시오.??
그 자리에 모인 방청객들은 십시일반 호주머니를 털어 모금에 참여했다고 한다.
이 재판으로 유명해진 워싱턴 시장을 역임한 리야 판사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태안기름유출사고는 너무나도 단순한 사고가 엄청나게 복잡한 여파로 번져 전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그 현장에 피해주민들이 털고 일어나기에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자원봉사자들의 물결은 기름때를 제거하는 또 다른 희망이 되어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풍요로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요즘 내가 근무하고 있는 보은군자원봉사센터에서는 새로운 연합봉사단을 구성하여 범죄없는 마을로 선정된 두 곳에 다양한 봉사내용으로 1년 동안 활동을 펼치고자 준비를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마봉사, 수지침, 가옥수리, 이?미용봉사, 농기계수리, 민예총의 우리소리 공연, 유치원 아이들의 재롱까지 함께 찾아가는 봉사활동으로 나눔터를 다지고 있다.
이러한 추진과정에 앞서 자원봉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교육과정을 대상별로 진행하고, 단체별 특성을 살린 봉사내용을 잡아 일정 맞추고 장소확인 등등의 절차들이 간단치는 않았다.
그런데 이 봉사단 중에서도 특히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를 좀 담고자 한다.
평소 민간단체에서 성인문해와 다문화가정의 교육과 상담을 해 왔던 내게 시각장애인협회 자문위원으로 처음 이들과 상면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뒤늦은 한글공부에 여념이 없는 어르신들에게 이 분들이 안마봉사를 하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계기를 만들었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흰지팡이의 날 행사에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고, 지역에서 이분들의 역할을 고민하던 중 연합봉사단의 참여까지 이루어졌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유로운 주제로 강의를 부탁받고 쉼터를 찾아간 날.
과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 생소한 경험이라 부담을 잔뜩 안았다.
가정집을 쉼터로 얻어 쓰고 있는 이 곳엔 하얀 백발에 선글라스를 멋지게 쓰고 있는 아저씨, 율브린너 헤어스타일에 숯검뎅이 눈썹으로 맨 앞줄에 풍채 좋게 앉아 있는 아저씨, 들어서는 순간부터 등에 가방을 매고는 방실방실 웃음을 담고 있는 아주머니, 애기피부같이 발그스레 부끄럼을 많이 탈것 같은 모습으로 제수씨 옆에 얌전히도 앉아 있는 모습 등 겸손함이 느껴지는 그런 풍경이 다가왔다.
이?미용봉사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다들 깔끔한 모습으로 최대한 그들과 가까이 앉아서는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것들이 무엇이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없다고 생각해 왔던 지금까지의 삶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찾아 꺼내놓기 시작하던 중 갑자기 “왜 텔레비전에서 날씨를 얘기할 때 말을 안 하고 음악만 나오게 하는겨?” 뜬금없는 얘기에 한바탕 웃었지만, 그 분의 이야기는 한 번도 생각해 본적조차 없는 그 게 어느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내 인생에 큰 교훈이었다.
우리 주위에는 ‘나눔과 보람’을 위한 참여기회가 많이 있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기 전 진정으로 내가 주고자 하는 것에 앞서 다른 사람에 대한 충분한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는 나눔을 통해 진정 빛나는 우리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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