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헌터피크(5,362m) 최초 등정기(中)

체력·정신력·등반력 삼박자 갖추고 정상 향해 한 발

2008.01.24 22:43:41

ABC로 가기 전 첫번째 데포지에서 바라본 헌터피크 정상과 끌르와르(협곡).

2007년 1월 충청북도대학산악연맹 쓰쿠냥 동계훈련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어 대상지를 물색하는데 는 어려움이 없었다. 당시 자료사진을 통해 등반일정과 소요장비 및 식량을 준비했다. 난이도가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고소에서 혼합등반을 할 수 있다라는 매력에 원정대는 설레는 가슴을 안고 12월 26일 성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원이 적은관계로 오버 차지 문제 있을까해 국내에선 고정로프 10mm×200m 1롤만을 준비했다. 27일, 한국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는 카르푸에서 식량을 준비한 다음, 통역을 맡은 박승묵씨의 도움으로 9mm×100m 고정로프를 얻어 일륭으로 출발했다.

제갈공명의 호인 일륭 마을까지는 구절양장의 파랑산(4,523m) 고개를 넘어 청두(성도)에서 220km 거리로 8시간이 소요되었다. 일륭에서부터 헌터피크까지는 세계자연문화유산 지정에 의해 전용 차량만 운행하므로 일륭에서 차를 갈아타야 한다.

자력으로 정상등정 시도 등반 대상지 확대 목적

충북등산학교 헌터피크원정대는 현지인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아무도 오르지 않은 표고차 2,000m의 수직 벽을 텐트를 사용하지 않고 정상등정을 시도해보겠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꾸려졌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갈수록 빙벽과 설벽 등반을 접하기 어려워 등반대상지를 넓히는 의미에서 원정대는 시간과 경비가 적은 중국 쓰촨성 쓰꾸냥산군을 택했다.

대원은 고산등반은 처음이지만 풍부한 암벽, 빙벽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김용철(39) 대원과 거벽등산학교 강사로 활동하면서 잠모스파이어 남서벽 신루트를 개척한 경력이 있는 김권래(43세) 대원, 그리고 테크니컬한 등반능력은 떨어지지만 고산등반 경험이 많은 나. 이렇게 세 명으로 구성됐다.

김용철 대원이 끌르와르 중간부분을 선등하고 있다. 김 대원은 고산등반은 처음이지만 암벽·빙벽대회 출전 경험이 많다.

어두운 밤길을 약 1시간 가량 달려 헌터피크 바로아래에 위치한 장족 농가인 스노하우스(SNOW HOUSE)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다. 일 년 만에 만나는 얼굴이라 말은 통하지 않아도 반갑기 그지없다.

이곳에는 몇 일전부터 싱가폴팀이 베이스캠프를 치고 쌍교구 일대 빙벽등반을 하고 있었다. 서로 간략하게 인사를 나누고 내일 산행 준비를 위해 식량과 장비를 점검한다.

28일, 새벽 5시 기상. 김치찌개를 든든하게 먹고 고소적응 및 루트정찰에 나선다. 아직 어둠이 깔린 산길을 따라 헌터피크 끌르와르를 찾아 나선다. 지난해에 와본 경험이 있어 우리가 오르고자 하는 계곡 초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염소 똥이 가득한 비박굴에서 장비를 착용하고 200m의 와폭을 오른다.

김권래 대원이 ABC로 향하고 있다.

김권래 등반대장이 확보지점에 아이스스크루를 설치하고 “출발” 소리와 함께 아이스바일이 얼음 속으로 파고든다. 처음 7m지점에 스크루를 설치 한 뒤 바로 치고 올라 스크루 3개 더 설치하고는 얼음에 가려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한참이 시간이 흐른 뒤 “완료”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50m 수직 얼음으로 올라서니 루트는 다시 와폭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지루한 와폭보다는 산행속도가 빠른 능선 길을 택했다.

김용철 대원이 능선 안부 5,050지점에서 끌르와르로 하강을 하고 있다.

얼마를 올랐을까. 김용철 대원이 구토 증세를 보인다. 처음 경험하는 고소등반인데도 적응을 잘하는가 싶었는데….

현재 고도 3,800m. 우리가 계획한 ABC는 꽤 남았으나 대원들의 컨디션과 하산 시간을 생각해서 아쉽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뒤돌아선다.

하산 길은 빙벽이 아닌 야크들이 오르내리는 길 인 듯한 지능선을 택했다. 지능선 길은 80도 경사의 내리막길로 잡목이 우거진 칼날능선이다. 아슬아슬한 벼랑 끝 잡목숲속에서 30여분을 헤맨 끝에 출발지점인 비박굴에 도착할 수 있었다.

김웅식 대원이 정상암벽구간을 오르고있다.

29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김용철대원을 BC에 남겨두고 김권래등반대장과 나는 고정로프와 장비일체를 메고 ABC로 향한다. 먼저 200m 와폭에 9mm고정로프 100m를 데포시켜 놓고 50m 빙벽에 10mm 고정로프를 설치한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능선 길을 따라 아이젠을 신은 채 오르고 또 올라보니 헌터피크 일명 늙은 독수리바위는 자꾸 커져만 가고 높아만 보인다. 발걸음처럼 마음도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오후 4시, 해발4,000m. 늙은 독수리 바위 끌르와르가 시작되는 곳에 ABC자리를 마련하고 장비를 데포 시킨 다음 하산을 서두른다.

김권래 대원이 ABC로 향하던 중 주변 산세를 감상하고 있다.

예상보다 팀 운행속도가 너무 느린 것 같다. 아무리 해발고도5천대 산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고산이고 원정인데 일상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몸만들기에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등반은 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등반력 삼박자가 맞여야 되는데 걱정이다.

50m 수직빙벽을 하강하고 나니 100m 고정로프가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김용철 대원이 이곳까지 와서 운행 조를 위해 수고를 한 모양이다. 무겁던 마음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면서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내일부터 있을 정상공격 일정이 기대된다.


후원; 밀레(레저토피아 www.leisuretopi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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