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두번 울리는 ‘재탕 弔花’

꽃 값 오르자 리필 업자와 계약…회수 판매

2008.01.28 22:06:20

겨울철 들어 꽃값이 상승하면서 일명 ‘리필’업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장례식장이나 예식장, 기념식장 등에 한번 팔렸던 꽃이 리필 업자들에 의해 회수돼 다시 팔리고 있으며, 업체만도 청주시내에만 3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꽃 수요가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난방유 가격상승으로 화원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해 꽃값이 지난해와 비슷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장례식장에서는 비공식 입찰로 리필업자와 1년 단위로 계약까지 맺어가며 꽃 주문과 처리과정 일체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졌다.

청주시내 꽃집 등에 따르면 현재 장례식에 나가는 국화(대국)의 경우 3단짜리(60송이)가 1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지만, 졸업과 입학시즌, ‘발렌타인 데이’ 특수로 꽃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어서 꽃값은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장례식 국화의 경우 장례절차가 끝나고 대부분 가져오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꽃에 비해 수명이 길기 때문에 이 같은 리필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

화원 관계자는 “리필 업자가 활개를 치면서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15만원(3단 기준)을 호가하던 조화(弔花)가 1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며 “가격을 맞추려다보니 꽃의 양을 조금 줄여 나가고 있지만 그나마 인건비 정도만 간신히 빠지는 정도”라고 말했다.

청주 시내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K모(42)씨는 “국화의 경우 온도만 제대로 맞다면 2번 이상도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장례식장들이 리필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수료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리필업자는 “리필은 재활용차원에서 하는 일이고 이는 전부터 있어왔던 관행”이라며 “꽃을 싸게 살 수 있어 손님들이 먼저 알고 연락을 해오는 경우가 많지만 한 번 더 손이 가기 때문에 크게 남진 않는다”고 말했다.

시민 김모(43·청주 분평동)씨는 “물론 알고 찾는 사람도 있겠지만 리필인지 모르고 비싼 값에 쓰고 있는 소비자도 상당수 일 것”이라며 “다른 것도 아니고 마지막 가시는 길에 쓰여지는 꽃이 재탕으로 쓰인다니 정말 기막힌 노릇”이라고 비난했다.

한국 화원협회 청주시지부 관계자는 “한 번 사용된 꽃은 폐기되는게 당연하고 또 대부분의 꽃집에서는 원칙적으로 이를 폐기시키고 있다”며 “협회차원에서도 이문제로 여러 차례 논의를 했지만 도덕성 차원의 문제이므로 현실적으로 이를 막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 박재남 기자 progress7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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