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폭탄' 맞은 무심천

여름철 피서객들이 버린 각종 생필품
연간 4천500t 분량… 청소비 1억8천

2012.08.16 19:42:57

16일 오전 청주 무심천 제1운천교 인근 둔치. 전날 집중호우로 떠내려온 농약병 같은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백영주기자
술병, 농약병, 부러진 밥상, 부탄가스….

청주 무심천이 연이틀 '융단 폭격'을 맞았다. 하루는 물 폭탄, 하루는 쓰레기 폭탄이다. 지난 15일 청주는 시간당 최고 63㎜ 등 총 168.5㎜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무심천 수위는 급격히 불었다. 이날 오후 4시께 하상도로와 산책로가 모두 잠겼다. 올 들어 처음이다.

물은 16일 새벽부터 빠졌다. 하루 동안 자취를 감췄던 하상도로가 드러났다. 날이 밝자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심천 둔치 곳곳에 쓰레기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종류도 다양했다. 먹다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기본이고, 농약과 스티로폼 같은 영농 폐기물이 넘쳐났다. 심지어 병아리 사체도 떠내려 왔다.

청주시는 오전 8시부터 청소 작업에 돌입했다. 직원 6명이 치우고 또 치웠다. 6년째 무심천 청소를 한다는 김모(71)씨는 "범람 후에는 평소보다 2~3배의 쓰레기가 더 발생한다"며 "치워도 끝이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시가 한 해 동안 무심천 청소에 쏟아 붇는 돈은 1억8천만원. 50ℓ 짜리 쓰레기봉투가 9천여개 사용된다. 4천500t 분량이다. 이 중 여름 호우 때 절반가량이 집중된다.

여름철 쓰레기의 주범은 다름 아닌 '피서객들'이다. 무심천 다리 밑에서 이것저것 집어먹은 뒤 자리를 치우지 않고 떠난다. 몇몇은 물억새 숲에 쓰레기봉투를 휙 던지고 도망간다. 밤에는 집 쓰레기와 영농 폐기물을 몰래 버리는 시민들도 있다.

윤영진 청주시 하천관리담당은 "쓰레기를 치우기 무섭게 또 다른 쓰레기가 버려진다"며 "시민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무심천은 계속 신음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심천은 지난 2007년 1급수 지위를 회복했다. 청주시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무단히 노력한 결과다. 하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시민들 탓에 무심천이 다시 신음하고 있다. 당신의 양심은 몇 급수입니까?

/ 백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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