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칼부림 난동자, 그는 '우범자' 였다

전과 9범·알코올 중독… 평소 커터칼 소지
정신지체 3급인… 무관심이 부른 참극

2012.09.04 20:08:53

지난 3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묻지마 칼부림'을 한 A(46)씨는 이미 '우범자'였다. 전과 9범(대부분 폭력)인데다 알코올 중독으로 입원 치료까지 받던 이른바 '관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방치된 상태로 지냈다. 경찰과 행정기관, 누구 하나 그를 위험한 인물로 보지 않았다. 변변한 상담 치료도 받지 못한 그는 결국 백주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칼부림을 하기에 이르렀다. '우범자'에 대한 무관심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A씨의 주변인들도 그의 정체를 잘 알지 못했다. 정신지체 3급인 탓에 평소 횡설수설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그는 5개월 전부터 흥덕구 사직동 한 여관에서 생활해왔다. 여관 주인은 "한 달에 숙박비 30만원을 받았다. 기초생활수급비로 돈을 낸 것 같았다"고 했다.

특정한 직업이 없는 A씨는 술을 즐겼다. 하지만 특별한 말썽은 부리지 않았다고 한다. 여관 주인도 그를 '우범 인물'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여관 주인은 "아버지와 누나, 동생이 있다고 들었다"며 "유니세프에 기부금도 내고 있다고 해 인정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범행 전날인 2일 저녁, 그가 5층 여관방으로 공업용 커터칼을 들고 올라가는 모습이 주민들에게 포착됐다. 그 모습을 본 한 주민은 "저러다 사람을 죽일 것 같았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설마는 현실이 됐다. 그는 다음날 중앙공원을 찾았다. 목격자 증언으론 대략 3일 전부터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를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었다.

A씨는 오후 5시께 갑자기 B(78)씨와 시비가 붙었다. 뜬금없이 "왜 쳐다보느냐"고 욕을 했다. B씨는 "아버지뻘한테 버릇없이 욕을 하느냐"고 꾸짖었다. 이에 화가 난 A씨는 B씨와 다툼을 벌였고, 이를 말리던 C(48)씨를 때렸다.

그러자 중앙공원 노인 여러 명이 A씨를 제압하면서 몇 차례 얼굴을 때렸다. 분을 참지 못한 A씨는 주머니에서 25㎝짜리 공업용 커터칼을 꺼내 B씨의 등을 2차례 찔렀다. 그리곤 의자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던 D(71)씨의 머리를 찔렀다. A씨는 곧바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상처를 입은 두 노인은 병원 치료를 받았다.

4일 오후 중앙공원에 다시 나온 B씨는 "10㎝와 20㎝, 두 곳이 찢어져 수십바늘을 꼬맸다"며 "도대체 내가 왜 그런 일을 당했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어이없어했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평소 소주 1병이 주량인데, 이날은 3병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왜 범행을 저질렀느냐는 질문엔 횡설수설로 일관했다.

청주 상당경찰서 관계자는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일단 목격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해 영장을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 백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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