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묻지마 칼부림'…왜 일어나나

이효성 청주대 교수 "사회적 병리현상 기인"
정상완 강동대 학과장 "핵가족화가 원인"
차상학 청남署 계장 "정신적 문제로 봐야"
류기철 충북대 교수 "양극화의 어두운 그늘"

2012.09.05 19:37:23

전문가에게 듣는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적으로 공격을 가하는 행위.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이를 '묻지마 범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지난 3일 오후 5시께 청주 중앙공원에서 40대 남성이 공업용 커터 칼을 휘둘러 70대 노인들을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자신을 쳐다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오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지 각계 전문가들에게 들어보았다.

◇청주대학교 사회과학대 신문방송학과 이효성교수= 묻지마 범죄를 '사회적 병리현상'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산업화 되면서 발생하는 '아노미 현상'이다. 그들은 지나치게 효율성과 성과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이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를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측면도 요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인터넷과 모바일매체를 규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시급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며,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하여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있는 사람은 인쇄매체와 방송매체를 해석하고, 평가하고 분석하고 생산할 수 있다.

◇강동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정상완 학과장= 핵가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대가족이 핵가족 화되면서 과거 따뜻했던 가족의 모습이 붕괴됐다. 이는 현재의 인간을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게 했다. 그리고 고독과 고립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빈부격차에서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이 증오로 바뀐 것도 요인이다. 이 같은 현상을 방지하기위해 수사기관에서 우범자관리 대책을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

그리고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묻지마 범죄자들의 경우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다. 이러한 정신질환자를 수사기관과 병원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것은 이들 개인문제가 아닌 사회문제차원으로 봐야한다."

◇청남경찰서 차상학 형사계장= 정신적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 일부 비뚫어진 생각을 가진 이들의 범죄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묻지마범죄'보다는 '이상동기'라고 보는 게 좋다. 그들은 동기를 가졌다. 다만 비뚫어져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줄 인지하지 못한다. 가족들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한다. 결국 치료받지 못하고 억눌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술이 한잔 들어가면 가정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것이다. 우리 경찰들은 그들의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고,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게 이들을 검거한다. 중요한건 정부차원에서 복지를 잘 갖춰 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치료를 해 더 이상 분노를 키우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류기철 교수= 사회 양극화의 어두운 그늘로 보았다.

"양극화현상이 심화되면서 직업을 잃고 저소득으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에 따른 마땅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들은 희망이 없다. 결국 절망상태에 빠지고 사회에 대한 불만이 결국 이 같이 반사회적 범죄들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관한 복지가 시급하다."

/ 백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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