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팍한 가계경제…생계형 절도 기승

평범한 사람·장애인까지 절도범으로
1년새 1만건 증가…올 사상 최고치 전망

2012.09.09 20:00:31

90세 노인이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지난 2일 오후 2시45분께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 A(60)씨의 철물점 앞에 놓인 동축케이블을 훔쳤기 때문이다.

이 90세 노인은 부인 B(86)씨와 함께 폐지를 주워 생활을 한다. 하루 종일 폐지를 모아 버는 돈은 약 40만원. 동사무소에서 공공근로로 버는 돈 18만원까지 합치면 이들의 한 달 수입은 약 58만원이다.

이 노부부는 손자(30)와 함께 산다. 그러나 손자는 변변한 직장 없이 집에서 게임만 즐긴다. 피해자 A(60)씨는 경찰조사에서 "물건을 돌려받았고, 이 노인의 형편을 딱하게 생각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팍팍한 삶을 견디지 못하고 남의 물건을 훔치는 생계형 절도가 급증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절도 발생건수는 1만7천655건으로 2008년 7천951건, 2009년 7천553건, 2010년 8천138건에 비해 현저하게 증가했다. 올해 절도 발생은 1월부터 8월까지 6천50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이런 수치라면 올 연말까지 절도발생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어려운 경제는 전과가 없는 평범한 사람과 장애인까지 절도범으로 내몰았다.

직업이 없는 30대 여성은 지난달 23일 오후 8시께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교복매장의 열쇠를 이용, 문을 열고 들어가 13만원을 훔쳤다. 전후에도 총 55만원 상당을 훔쳤다.

"돈이 필요해서"라는게 이유였다. 경찰조사 결과 이 30대 여성은 부모와 직업, 결혼 문제 등의 갈등 끝에 집을 나와 숙박업소를 전전하며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이 없는 한 30대 남성도 생활을 위해 물건을 훔쳤다. 이 30대 남성은 지난달 22일 오후 2시30분께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한 편의점에서 물품을 훔치는 등 총 8회에 걸쳐 120만원 상당을 훔쳤다. 이남성이 훔친 물건은 문화상품권과 담배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었다.

지적장애가 있는 40세 남성은 지난 1일 오후 2시20분께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노상에 B(45)씨가 세워둔 차량에서 금품 6만5천원을 훔쳤다. 이 40세 남성은 가족 없이 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요즘 들어 어려워진 서민경제 때문인지 액수는 크지 않은 생계를 위한 절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백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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