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가라네 / 날 가라네', 정암촌 아리랑

2012.12.27 16:28:03

조혁연 대기자

충북을 포함한 충청도에도 아리랑이 존재했다. 그러나 국내 음악계에서 '충청도 아리랑'이라고 개념화시켜 놓은 것은 없다. 그렇게 볼 정도의 음악적인 틀과 정형성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국 만주 정암촌에서 불려지는 아리랑이 '청주아리랑' 또는 '충청도아리랑'의 원형으로 볼 수 있다는 강력한 견해가 있다. '청주아리랑'은 임동철 전 충북대 총장이 처음 발견, 지난 2003년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날 가라네 날 가라네 날 가라네 / 삼베질쌈 못한다고 날 가라네 // 삼베질쌈 못하는 것 대단하고 / 아들딸 낳아준 건 대단찮나.(후렴)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시아버지 죽서어 좋댓더니 /왕골자리 떨어지니 또 생각난다 // 시어머니 죽어서 좋댓더니 / 보리방아 물저놓니 또 생각나네.' 후렴은 앞과 같다.

정암촌은 두만강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다.

정암촌의 노랫자락이 '청주 아리랑'으로 인정받으려면 우리고장 청주 주변에 비슷한 노랫가락이 조금이라고 남아있어야 한다. 그래야 양자의 음악적인 혈연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정암촌 아리랑의 핵심적인 노랫말은 '날 가라네 날 가라네 날 가라네'다. '날 가라레'는 '나를 집밖으로 나가라'라는 뜻이다. 이 노랫말이 청원 '베짜는 노래'와 괴산의 '방아찧는 노래'에도 똑 같이 등장하고 있다. 먼저 청원 '베짜는 노래'의 일부다.

'안방에는 시어머니 눈만 뜨면 잔소리고 / 사랑방에 시아버님 나만 보면 호령이네/ (중략) 날 가라네 날 가라네 날 가라네 / 명지길쌈 못한다고 날 가라네.'

괴산 '방아찧는 노래'에도 거의 유사한 후렴구가 등장한다.

'덜커덩 쿵더쿵 찧는 방아 / 언제나 다 찧고 밤마실 가나. / 날 가라네 날 가라네 / 삼베질쌈 못한다고 날 가라네.'

'나가는건 괜찮지만 농지전지 아들딸 삼남매 우찌나 길러. / 날 가라네 날 가라네 날 가라네'

임 전 총장에 따르면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구의 정암촌은 1938년에 형성됐다. 당시 청주, 보은, 충주, 괴산군의 농가 180호가 조치원역에서 집결하여 무작정 기차에 올랐다. 사흘만에 함북 온성역에 닿았고 그곳에서 두만강을 건넜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두만강을 건넜는지 기록으로 남은 것은 없으나 1930년대 평양숭실전문학교에 근무하던 이훈구는 그의 저서에서 이런 기록을 했다.

'겨울날 영하 40도의 혹한 속에서 (…) 수명의 조선인이 맨발로 강변의 깨진 얼음장 위에 서서 바지를 걷어 올리고 두 자나 되는 얼음장이 섞인 강을 건너서, 저 편 언덕에서 바지를 내리고 신을 신는 것을 나는 본 적이 있다.'-<'만주와 조선인' 중에서>

정암촌 이주민은 맨발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황무지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조선족 출신 소설가 리혜선의 글에 그들의 억척스러움이 눈에 잡힐 듯이 표현돼 있다.

'중국 동북지역은 잡초 우거진 황무지였다. 이주민들은 거친 바람을 안으며 얼음 덮힌 강을 깨고 들어가 봇둑을 막고 물도랑을 파며 황무지를 개척했다. 억척같이 맨손으로 씨를 심고 맨손으로 낱알을 일구었다.'-<'두만간의 충청도아리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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