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띠'와 단양군수를 지낸 홍만선

2012.12.31 17:33:32

조혁연 대기자

2013년은 뱀띠해, 그것도 60년만에 돌아오는 흑사(黑蛇·검은 뱀)의 해라고 한다. 인터넷 상에는 젊은 주부들 사이에 "2세를 낳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다"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을 흑사띠로 보는 것은 십간·십이지의 주역적인 해석에서 연유하고 있다. 먼저 금년이 뱀띠해가 되는 것은 '계사년'(癸巳年)의 '뱀 巳'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십이지(十二支)이다. 나아가 뱀 중에도 흑사띠인 것은 십간(十干)과 관련이 있다.

십간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다. 주역상 이 십간은 둘씩 쌍을 만들어 갑을, 병정, 무기, 경신, 임계 등의 오행(五行)으로 묶을 수 있다.

오행 중 갑을에는 청색, 병정은 붉은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흰색, 임계는 검은색이 일대일로 대응한다. 따라서 계사년에 해당하는 계(癸)는 검은색(黑)이 됨을 알 수 있다. 그래서 2013년은 '흑사띠'다.

흑사하면 생각나는 것이 '먹구렁이'이다. 구렁이의 어원은 순우리말 '굵'(굵다)에 호칭어 '엉이'가 붙은 맡이다. 굵엉이가 굴겅이-궁렁이-구렁이 순으로 변했다. 이중 먹구렁이는 표피가 검은색을 띠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렁이의 또 다른 종류인 능구렁이는 이와 다소 다르다. 일반적으로 구렁이는 동작이 다소 느린 편이다. 따라서 다소 능글맞고 음흉하다는 이미지를 지니게 됐다. 바로 능구렁이 할 때의 '능'은 '능글맞다'는 뜻이다.

여기서 남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해치울 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한다'라는 표현이 생겨났다. 또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 은근히 계획을 추진하는 사람을 '능구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3년 흑사띠를 형상화한 부산시의 해맞이 축제 조형물.

이밖에 잘 사용하지 않지만 '눈 먼 구렁이 꿩의 알 굴리듯 한다'라는 표현도 있다. 이는 느린 구렁이처럼 어떤 물건을 소중히 여겨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을 일컫는 표현이다.

능구렁이를 한자로는 표피에 붉은 점이 많이 보인다고 해서 '적동사'(赤棟蛇)라고 적는다. 이에비해 먹구렁이는 '오사'(烏蛇)라고 표현한다. 실록도 먹구렁이를 능구렁이와 구분해 '까마귀 烏' 자로 기록했다. 오사는 과거부터 약효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왔다.

'경상도 관찰사 김응기가 치계하기를, "청송에 거주하는 민세정은, 그의 형 세경이 병을 얻어 사경에 이르니, 67세의 홀어미가 상심한 끝에 또한 병이 났습니다. 의원이 말하기를 '오사(烏蛇)를 혹은 찌거나 혹은 회를 쳐서 먹으면 나을 것이다.' 하니, 세정은 자신이 큰 뱀을 잡아서 찜과 회를 만들어 먼저 맛본 후에 눈물을 흘리면서 형에게 먹기를 권했습니다. 병든 형은 감동해서 이를 먹었는데, 병이 즉시 나아 어머니와 아들이 마침내 편안하게 되었습니다.-<연산군일기>

실학자 홍만선(洪萬選·1643∼1715)도 그의 저서 '산림경제'에서 오사의 약효를 기록했다.

'빛깔이 옻칠같이 검고 성질이 순하여 물지 않는다. 그리고 꼬리가 길어 엽전 1백 전을 꿸만한 것이 좋다. 대풍(大風)을 앓는 집에서 마침 오사가 술동이 안에 빠진 것을 모르고 그 술을 마셔 마침내 병이 낫기도 했다.'

그는 외직으로 있을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실학서 '산림경제'를 저술했다. 그는 우리고장 연원찰방(충주)과 단양군수를 지낸 바 있다. 우리고장에서의 경험도 분명히 산림경제에 반영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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