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나말여초 건물지 "도가니 조각도 함께 나왔다"

두께 1㎝ 안팎으로 금속 녹이는데 사용
직지 금속활자와는 일단 시기상 불부합
'청주=사원 수공업 발달'은 간접적 입증

2013.06.02 19:03:02

청주 북문로에서 발견된 도가니편의 모습이다. 흔치 않은 쇳물을 다루는 용기여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속보= 본보가 보도했던(5월 27일자) 청주 북문로2가의 나말여초 건물지에서 금속을 녹일 때 사용하는 도가니가 조각(片) 형태로 발굴됐다.

이에 따라 당시·그 공간에서의 도가니 용도가 무엇이었을까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도문화재연구원(원장 장호수)는 지난달 31일 발굴 장소인 청주시 북문로2가 78-10에서 문화재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설명회와 지도위원회를 개최했다.

이와 관련 이날 공개된 유물 중에는 연화문 화당(수막새), 청자편, 점멸문 도기편 외에 도가니편도 1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가니 편은 △두께는 1㎝ 안팎 △재질은 도기 등으로, 두께가 매우 두껍기 때문에 여느 도자기 편과는 확연히 구분됐다.(사진)

도가니는 금속을 녹일 때 사용하는 내열성 용기로, 용도에 따라 점토·혹연·석영·도자기 등으로 만들어진다. 주 용도는 쇳물을 주조틀에 옮겨 부을 때 사용하고, 이때 표면이 매우 뜨겁기 때문에 집게를 이용하게 된다.

도가니가 이같은 용도를 지님에 따라 당시·그 공간에서의 용도가 무엇이었을까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멀지 않은 곳에 용두사지 철당간(국보 제41호)의 철제 지주가 존재하고 있으나 도가니의 크기로 보아 이곳에 사용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있다.

또 과거에 존재했을 철당간 용두(龍頭) 역시 도가니의 크기로 보아 여기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이에 비해 전문가들은 "금속활자 등 소품을 만드는 데 있어 이번에 발견된 도가니와 같은 것들이 사용됐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흥덕사지 금속활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발굴장소와 흥덕사지는 거리상 멀고 또 시기적으로 나말여초와 직지는 부합되지 않고 있다.

다만 시대를 떠나 '청주=사원 수공업 발달'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유물이고, 또 지층이 교란됐을 경우 늦은 시기의 것이 나말여초 문화층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이와는 별개로, △연화문 와당(수막새) 출토 △이번에 도가니 확인 등의 발굴 성과는 일대가 나말여초의 관아(官衙)가 아닌 사원(절)이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제기한 전문가 그룹은 "용두사지-이번에 발굴된 곳-당시 존재했던 공북루(拱北樓)를 이으면 마치 하나의 저잣거리 모습이 구성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현재 청주도심 1m 아래에서는 통일신라, 고려시대 유물이 자주 나오고 있다"며 따라서 "이를 그때그때 부분적으로 파악할 것이 아니라 유물 출토지점을 데이터로 처리, 이를 종합적으로 관찰·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편 문화재위원들은 북문로2가 78-10 일대의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는 일정대로 진행하되 발굴된 유구와 유물은 신축건물 2층에 전시하도록 결정했다.

/ 조혁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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