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의 '주사거배'라는 그림이다. 그러나 주모가 술을 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술국을 뜨고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도정반세기' 저자
청주에서 공직생활을 오래 했고, 또 '도정 반세기'(충청리뷰 간)의 저자인 이승우(82·사진) 씨는 '청주 해장국 문화가 야간통행금지 때문에 발달했다'는 주장은 크게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청주 장날문화가 관련이 깊다"고 말했다. 특히 남주동 소고기 해장국의 경우 인근에 입지했던 푸줏간 거리와 관련이 많다고 말했다.
- 청주에 해장국 문화가 발달한 것은 80년대 초까지 있었던 야간통행금지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 일제시대 때 홍수로 구시장(지금의 석교동 일대)이 페허화된 후 남주동에 신시장이 생겼다. 남주동 일대에 해장국 문화가 발달한 것은 이것과 관련이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다는 것인가.
"상인들이 시장에서 재미를 보려면 좋은 장소를 차지해야 했고, 그러러면 새벽같이 일찍 시장에 나와야 한다. 남주동 해장국은 이들의 춥고 허기진 배를 상대하면서 유명해졌다."
- 남주동 상인 중 누가 가장 먼저 시장에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하나.
"나뭇짐꾼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당시 명암저수지 근처의 사람들은 나뭇꾼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미원이나 청천지역에서도 화목으로 쓸 나무를 팔러오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청주 동쪽 고개인 미테재를 주로 이용했다."
- 사실 해장국은 여러 종류이다. 그런데 청주 남주동에는 왜 소고기 해장국이 유명했나.
"근처에 우시장이 있었다. 그리고 남주동 난전 안에는 10여가구가 청주시내에서 유일하게 상설 푸줏간을 운영했다. 여기서 남주동 해장국의 식재료가 곧바로 공급됐다."
- 서문동은 콩나물 해장국이 유명했다. 여기는 왜 소고기가 아니고 콩나물인가.
"70년대 들어 우리나라 해장국은 선지, 북어, 황태, 올갱이, 콩나물, 뼈다귀 등 다양하게 분화했다. 그 즈음에 생겨난 것이 서문동 콩나물 해장국이다. 콩나물은 해장국 식재료 중 가장 흔한 편이다."
동동주, 한문 '동두주'가 변한 표현이다
"입안에서 착착 감기는 술", 또는 "앉은뱅이 술". '동동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라는 노랫말도 있다.
뒷말 '주'는 분명히 한자 '술酒' 자에서 온 말이다. 그러나 앞말 '동동'은 그 뜻을 알기가 쉽지 않다. 혹자는 밥알이 동동뜨기 때문에 동동주라는 이름이 생겨났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막걸리에는 밥알이 뜨지 않는데, 동동주에는 밥알이 동동 뜨고 있다. 그러나 앞말 '동동'은 한자에서 온 말이다. 17세기에 간행된 '역어유해'라는 고문헌은 동동주를 '주자에서 갓 떠낸 술을 고조목술'이라고 적었다.
국어학자들에 따르면 이 고조목술의 한자 표기가 동동주이다. 원래는 '동 銅', '머리 頭', '술 酒' 자를 써서 '동두주'로 불렀다. 이후 음운변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지금의 '동동주'가 됐다.
동동주의 중국식 표현도 재미있다. '뜰 부'(浮), '개미 의'(蟻), '술 주'(酒) 자를 써서 '부의주'라고 표현한다. 밥알이 개미처럼 떠있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으로 보인다.
고주망태, 술을 짜거나 거르는 틀을 말한다
'고주망태'는 술을 매우 많이 마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객관적인 묘사를 한 말이 아닌, 비유적인 표현이다. '고주망태'는 '고주'와 '망태'가 결합된 말이다. 이중 '고주'는 술을 짜는 틀을 말한다. 한자 중에 '고주 槽(조)' 자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망태'는 '망태기'의 준말로 가는 새끼나 발로 엮어 만든다.주로 술을 거르는데 사영된다. 바로 ·고주망태'는 술을 거르거나 짜는 기구를 말한다.
이같은 행동이 반복되는 기구인 '고주망태'는 액체 술을 피하지 못하고 항상 젖어 있어야 한다, 사람이 그같은 경우가 되면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없다. '고주망태'는 그래서 생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