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평저수지는 전반적으로 'ㄹ자' 모습을 하고 있다. 두타산에서 봤을 때 '한반도를 닮았다'라는 말을 그래서 나오고 있다.
화산리에 있는 '초평 붕어마을' 비로, 살찐 붕어의 모습이 잘 형상화됐다.
붕어찜 가업 3대 전수
중부고속도 개통되자 서울손님 급증
진천 초평저수지 주변에는 20곳에 가까운 붕어찜 음식점이 '타운'을 이루고 있다. 타운의 못자리 역할을 한 음식점은 송애집(대표 신군식·66·사진)으로, 지난 80년대 붕어찜 음식을 처음 개발했다.
지금 송애집에서는 도시서 인터넷 사업을 하다 들어온 아들 선호(42) 씨가 6년째 붕어찜 수업을 쌓으면서 3대째 '맛의 대물림'이 이뤄지고 있다. 다음은 송애집 대표 신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송애집'의 상호가 다소 특이하다. '송애'는 어디서 따온 이름인가.
"우리 어머니 이름(李松愛·88세)이다. 30여년 전인 지난 1982년부터 붕어찜 음식점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줄곧 사용해온 식당명이다."
- 어머니는 어떤 것이 계기가 돼 붕어찜 음식점을 시작했나.
"처음에는 낚시꾼들에게 매운탕을 끓여주는 정도였으나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후 개발한 '시래기 붕어찜'이 손님들의 입맛을 끌기 시작했다."
- 부 식재료로 '시래기'를 고집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당시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던 무청잎의 일종 아닌가.
"꼭 이것이다라고 의식하지는 않았다. 다만 매운탕과 시래기 붕어찜은 약간 차이점이 있다. 매운탕은 국물음식인데 비해 붕어찜은 말 그대로 찜음식이다. 이 맛궁합이 손님을 끌기 시작했다. 시래기를 넣으니까 붕어 특유의 비린내가 크게 감소했다. 이것이 손님들의 점수를 땄다."
- 지금도 송애집은 '비린내 없는 시래기 붕어찜'으로 유명하다. 시래기 소비량이 만만치 않을터인데.
"처음에는 근처에서 다른 사람 무잎을 수집, 저장했다가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안 돼 시래기가 많이 나오는 단무지 무를 직접 밭에서 경작하고 있다."
- 음식점이 성공하러면 맛이 한결같아야 하고, 맛이 한결같으려면 나름의 노력을 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양념 등 모든 식자재는 정확한 양이 들어가야 제맛이 나고 맛이 한결같다. 그런 의미에서 맛은 과학이다. 여기에 모든 음식은 불을 잘 다룰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센불로 확 끓인 후 약불로 조리를 마무리한다. 이 부분은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다."
- 초평 붕어마을은 언제가 전성기였고, 일년 중에는 어떤 때의 붕어찜 맛이 가장 좋은가.
"지금도 전성기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도 굳이 전성기를 꼽으라면 중부고속도로 개통 직후일 것이다. 접근성이 좋아지자 서울 손님들이 서너시간 전에 전화예약을 한 후 마구 밀려왔다. 지금이 여름철이지만 붕어찜맛은 솔직히 찬바람이 불고나서 이듬해 봄까지가 가장 좋다. 이때가 육질이 가장 단단하고 두꺼운 편이다."
-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붕어찜은 맛은 좋은데 가시 때문에 잘 안 찾게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붕어찜은 어떻게 먹어야 하나.
"붕어를 한쪽으로 뉘여놓고 젓가락으로 갈비뼈를 결대로 한 칸씩 긁어내리며 먹으면 가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볶음'과 '덖음', 그리고 '튀하기'와 '한소끔'
썰기기법도 무척 다양, 맛·시각에 직접영향
진천 초평의 붕어음식은 보기에 따라서는 '찜'이 아닌 '지짐'으로도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우리말 조리 용어는 '과정과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미묘한 면이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음식의 맛과 시각적인 면은 각종 '썰기 방법'으로부터도 적지 않는 영향을 받는다. 가령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데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무의 경우 '얄팍썰기'가 가장 어울린다. 우리 음식의 각종 용어도 살펴본다.
'찜'은 고기나 채소에 여러 가지 양념을 하여 찌거나 국물이 바특하게 삶은 음식을 말한다. '바특'은 국물이 적어 묽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조림'은 고기나 생선, 채소 따위를 양념하여 국물이 거의 없게 바짝 끓여서 만든 음식을 일컫는다.
'볶음'과 '덖음'은 비슷한 면이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볶음'은 물기가 거이 없거나 적은 상태로 열을 가하여 이리저리 자주 저으면서 익힌 음식을 말한다.
이에 비해 '덖음'은 물기가 조금 있는 고기, 약재, 곡식 따위를 물을 더하지 않고 타지 않을 정도로 볶아서 익히는 것을 뜻하고 있다. 찻잎 건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다. .
이밖에 '튀하기'는 육류나 가금류를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가 건져내는 것을 말한다. 닭이나 꿩의 털을 뽑기 위하여 끓는 물에 잠깐 넣었다가 건져낼 때 '튀하기'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반면 '한소끔'은 한번 끓어오르는 상태를 일컫는 낱말이다. 가령 '대합은 오래 끓리면 질겨짐으로 대합의 입이 벌어지면 한소끔만 끓이고 물을 분다' 정도가 된다.
한편 우리음식 식재료의 썰기 방법은 어슷썰기, 채썰기, 저며썰기, 통썰기, 진단썰기, 얄팍썰기, 골패썰기, 깍아썰기, 막대썰기, 마구썰기, 당초무늬썰기, 반달썰기, 십자썰기, 솔방울썰기 등 매우 다양하다.
대다수의 썰기 기법은 표현 그대로 생각하면 된다. 가령 어슷썰기는 대각선 방향으로 써는 경우(예, 파썰기), 채썰기는 채의 형태로 써는 경우(예, 감자채)를 말한다.
그러나 단번에 와닿지 않는 표현도 적지 않다. 저며썰기는 얄팍하게 사선으로 베는 것(예, 생선회 뜨기)을, 통썰기는 채소를 가로로 놓고 평행하는 써는 것(예, 연근자르기), 진단썰기는 마름모꼴로 써는 것(예, 계란고명)을 일컫는다.
얄팍썰기는 얄팍하면서 네모나게 써는 것(예, 두부전), 골패썰기는 골패처럼 얇으면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써는 것(예, 조림 때의 무), 반달썰기는 말 그대로 반달처럼 써는 것(예, 비빔밥에 들어가는 호박)을 말한다.
이밖에 십자썰기는 반달썰기를 한번 더 한 것(예 조림 때의 감자)이고, 솔방울썰기는 겉면을 솔방울 모양처럼 흠을 것으로 오징어 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