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건은 왜 아내 묘지명을 두번 구웠나

이상주 교수 '묵재 이문건의…' 출간
장례 길어지자 애뜻한 속마음 다시 표현
'아내 죽음에 곡하니 오장 상한지 오래…'
그 과정에서 문장 늘어나며 5, 7줄 차이

2013.11.18 19:17:09

묵재 이문건(李文楗·1494 ~ 1567)이 부인을 생각하는 애뜻한 마음에 묘지명을 두번이나 구운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제작된 묘지명(墓誌銘)은 남편이 부인을 위해 만든 묘지명으로는 조선시대 최초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주 교수

괴산 중원대학교 이상주(사진) 교수가 얼마전 '묵재 이문건의 문학과 예술세계'를 도서출판 '다운샘' 이름으로 출간했다.

340여쪽 분량의 이 책은 △1부 이문건의 친·외·처가의 인적구성 △2부 이문건의 문학세계 △3부 이문건의 금석문과 서예미학 △4부 이문건의 회화적 식견 △5부 묵재일기와 설공찬전 등으로 구성돼 있다.

3부중 묘지명에 관한 내용은 지난해 충북대에 기탁한 부인 안동김씨(본명 김돈이) 묘지명에 대한 처음이자 본격적인 분석이어서 국어학계는 물론 지역 사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성주이씨 묵재공파 후손은 지난해 상반기 경북 고령군 운수면의 이문건 묘를 괴산군 문광면 대명리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6점의 부인 안동김씨 묘지명을 발굴한 바 있다.

이문건이 만든 부인 안동김씨 묘지명의 전면과 후면이다. 왜 전면 5줄, 후면 7줄의 문장으로 돼 있는지가 이상주 교수에 의해 밝혀졌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현존하는 조선시대 묘지명 146점을 전수 조사한 결과 남편이 아내를 위해 제작한 묘지명으로는 안동김씨 묘지명이 가장 이른 시기(1567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다만 고려시대에는 최루백이 부인 염경애를 위해 만든 묘지명이 1점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가로 17㎝, 세로 23㎝ 크기에 백자로 제작된 묘지명은 전면은 5줄이나 후면은 모두 7줄의 문장 구성을 하고 있어, 기탁 당시부터 "도대체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사진 참조)

이 교수는 이에 대해"안동김씨가 사망한 것은 1566년 12월했으나 장례를 치른 것은 이듬해 2월로 3개월의 시간적인 공백이 있다"며 "이문건은 처음에는 안동김씨 생애를 단순하게 서술·제작했으나 장례 기간이 길어지자 애뜻한 속마음까지 추가하면서 문장 분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고생하다 먼저 간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동시에 고마운 심정은 전면에도 있지만 후면에 훨씬 구체적으로 표현돼 있다.

'제사에 치성을 잘 드리는, 의전에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는 성실함이 있다. 나이 20세 문건(이문건 지칭)에게 시집와서 안빈화락하며 조강(가난함)을 싫어하지 않았다. (…) 지금은 또 아내가 죽음에 곡을 하여 오장이 상한지 오래됐으니, 여생이 얼마나 될까.'-<안동김씨 묘지명 후면 2~3단락·이상주 역>

이밖에 이문건이 자신을 두번씩이나 '늙은 호래비'라고 지칭하는 것과 관련, "혼자 된 쓸쓸함도 있지만 생전에 아내에게 진 빚을 그런 식으로 표현것으로 볼 수 있다"고 이 교수를 분석했다.

한편 이번 저서는 기존의 묵재일기와 양아록에 대한 부분적인 해설 외에 △이문건이 아들 이온의 괴산 묘지명도 제작했고 △직계 선조의 초상화 4점을 모사본으로 그렸으며 △송시열이 칭찬할 정도로 명필가 면모를 지닌 점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 다수 수록돼 있다.

4점의 모사본 초상화는 지난해 하반기 충북대 박물관(관장 성정용교수)에 기탁됐고, 지난달에는 문광면 현지에 이문건 신도비가 세워진 바 있다.

/ 조혁연 대기자

묘지명은

죽은 이의 덕과 공로를 글로 새긴 후 묘지에 넣어 후세에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니고 있다. 보통 죽은 이의 성씨, 벼슬,고향 등을 기록한 것은 '지(誌)', 죽은 이를 칭송하는 글은 '명(銘)'이라고 부르나 정해진 형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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