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도 전조등 켜기를 생활화 합시다

2014.06.08 17:20:41

홍영도

옥천경찰서 이원파출소장

88 서울올림픽의 열기를 맘껏 즐기고 이듬해에 경찰에 입문 했으니 올해로 벌써 25년째다. 강산이 두 번 하고도 반이 바뀔 정도로 많은 시간이 흘렀다.

연금법이 개정된다는 언론보도 때문인지 선배들이 줄줄이 명예 퇴직을 신청하는걸 보면 나도 조금씩 퇴직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퇴직날이 가까워지고 있어 그런지 요즘들어 부쩍 예전에 고생한 날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이야 극심한 취업난과 공직에 대한 안정적인 면이 동시에 부각되면서 경찰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지만 내가 입사한 80년대만 해도 팔자에 타고나야 경찰관을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찰관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던 시절이다.

매일 술취한 사람을 상대하고 밤샘 근무를 하며 범인을 검거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하루하루가 고난과 역경의 연속 이었던거 같다. 오죽하면경찰에 投身한다고 했을까. 가끔 지나온 날을 되돌아 보면 하루하루가 녹록한 날들이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속에 아련거리는 일은 심임 경찰관때 교통 근무를 하던 시절인거 같다.

20여년 전만 해도 한적한 도로에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교통단속을 하고 있으면 법을 어기지도 않은 차량들이 내 앞에서는 멈칫멈칫 할정도로 교통경찰관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사적인 모임을 참석해도 교통딱지 끊긴 얘기로 시작해서 음주단속 얘기로 마무리를 하였을 만큼 당시엔 교통경찰이 거리의 판사로 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교통단속을 한참 하다보면 가끔 라이트를 깜박거리는 차량이 지나가곤 한다. 처음엔 아는 사람이 반갑다고 인사 대신 깜빡이며 가는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경찰관이 단속을 하고 있으니까 조심해서 지나가라며 반대편 차량에게 신호를 해주는 표현인 것이었다.

당시엔 라이트를 켜주는 차량까지 괘씸해서 모두 단속을 했으니 먼 훗날이 지난 지금 생각하면 헛 웃음만 나올뿐이다.

20여년이 지난 요즘도 여전히 교통사고 예방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만 예전엔 단속과 규제의 적발 위주였다면 지금은 예방과 홍보활동에 주안점을 두고 운전자들의 의식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 일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옥천경찰서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착한운전 마일리지 제도나 버스 CCTV이용 교통 위반차량 신고제, 주간전조등 켜기 운동 등이 이러한 맥락이라 할수 있다.

특히 주간 전조등 켜기 운동은 우리지역 같이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나 보도 차도의 구분이 불분명해 길가에서 뛰어노는 학생들에게 전조등을 켜줌으로써 차량의 운행여부를 판단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또한 옥천지역은 인근에 대청댐이 있어 1년중에 맑은날보다 흐리거나 안개낀날이 더 많아 주간전조등 켜기 운동이 더욱 절실히 필요하다. 주간 전조등켜기 운동이 상대적으로 일기가 고르지 못한 북유럽에서 먼저 시작된 것을 생각하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물론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니는 것이 아직은 낮설수 있다. 또한 일각에서는 연비나 전구 수명이 짧아진다며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반감을표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2년 한국도로공사에서 88올림픽 고속도로 내에서 주간 전조등 켜기 운행을 의무화 했더니 중앙선 침범 사고가 18% 줄어 들었고, 사망자는 19%, 부상자는 18%가 감소 했다니 그 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작년한해 옥천경찰서 관내에서 10명이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했다니 피해자는 물론 이거니와 가족들이 받는 고통과 후유증은 말로 다 표현할수 없다.

따라서 우리 경찰서에서는 최근들어 봄철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운전자와 보행자를 상대로 주간전조등 켜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옥천경찰서 4월말 기준 저년대비 사망사고가 3건에서 5건으로 66.7% 급격히 증가하였으나 주간 전조등켜기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5월달 부터는 단 한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으니 전조등켜기 운동 효과가 차츰 나타난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 밤길을 걸을때 상대방을 보호하기 위해 등불을 가지고 다니듯이 자신의 안전은 물론 타인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주간 전조등 켜기가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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