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체감치안은

2014.07.27 16:13:58

이종호

음성경찰서 여성청소계장

얼마 전 휴게소 화장실에서 '깨끗이 사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라는 문구를 보았다. 아직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뭐가 고마운 건지 다소 당황스러운 생각이 들면서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다른 화장실을 가면 다소 강압적인 어투로 '깨끗이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는 '과태료 얼마' 라는 문구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이 밝은 문구를 만든 사람은 이용하는 사람들의 미소를 생각하면서 벽에 붙였음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 심사숙고한 결과가 이런 좋은 글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한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사실들이 참 많다. 일례로, 장애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들은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안 보이는 사람들의 심정을 절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사람들의 말을 주의깊게 듣고 처지에 대해 숙고한다면 조금이나마 다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귀가 안 들리는 사람들은 일반인을 '건청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건강한 청력을 가진 사람들' 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장애인과 일반인이라고 부르지만, 장애인들은 우리를 비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즉, 장애인들은 장애로 인하여 신체가 다소 불편할 뿐,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이다.

요즘 경찰은 말뿐인 치안이 아니라 주민이 실제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진정한 치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의 시각'이 아닌 '경찰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여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이 바라는 것과 괴리가 많고, 경찰이 안전 확보를 위해 많은 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체감안전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주민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소원한 일이 아니다. 주민의 입장을 잘 들어주는 것이 그 첫 번째이다. 현장의 소리를 잘 듣고, 그들의 입장을 치안에 반영해야 한다. '고객님의 목소리는 신으로부터의 한마디'라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이 있다. 이 제목은 고객을 대하는 자세를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경찰의 존재의미는 국민의 행복이다. 따라서 경찰의 영원한 고객은 국민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치안행정을 펼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국민 한명한명의 소리를 고객을 대하는 사원의 입장에서 경청해야 한다. 국민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체감치안을 위한 시작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호아킴 데 포사다의 책 '99℃'에서 다리가 불편한 주인공 올리버는 친구가 목발을 짚고 있는 것을 놀리자, "눈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쓴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에게 이 목발은 단지 안경에 불과해" 라고 말한다. 목발을 안경으로 보고 대하는 자세, 국민에 대한 존중과 배려에서 치안을 바라보는 자세가 진정한 체감치안을 위해 경찰에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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