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Eye)으로 하는 학교폭력

2014.07.29 14:20:02

김휘영

진천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경장

1964년 3월14일 오후 15시 30분 뉴욕에서 27살의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라는 여성이 강도의 습격을 받아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대낮에 뉴욕 한복판에서 일어난 사건인 만큼 범인은 바로 체포되었지만, 조사과정에서 알려진 것은 키티 제노비스가 강도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지켜본 사람이 38명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38명중에 한 명이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경찰에 신고를 했더라면 키티 제노비스는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를 우리는 "키티 제노비스 사건" 이라 부르고,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는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데, 이는 학교폭력에서도 나타난다. 학교폭력의 방관자는 크게 3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방관자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가해자들을 동조하고, 피해자들은 당연히 그런 취급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지적 방관자, 두 번째는 피해자를 불쌍하게 여기지만, 자신에게도 그런 피해가 올 것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고통 받는 피해자를 돕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는 죄의식 방관자, 마지막으로 학교폭력은 가해하는 학생들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여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회피형 방관자가 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방관자가 되는 이유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자기중심적이고 타인수용능력이 부족한 정서적인 요인이 강하고, 자기방어를 위하여 학교폭력에 개입을 꺼려하는 이유도 크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해자의 보복 두려움이나 불안 같은 비합리적 신념이나 또래 집단에 속하고 싶어 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은연중에 또래의 압력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경우도 이유 중에 하나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관자들도 한편으로는 학교폭력의 또 다른 피해자이다. 학교폭력 방관자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검사 결과에 따르면 대지진의 참사 속에서 활동한 경찰관이나 소방관들의 트라우마보다도 학교폭력 방관자들의 트라우마가 피해가 더 큰 것으로 조사 되었다. 이는 응급 구조원들은 그러한 상황을 목격했을 경우에 잘 대처하도록 훈련이 되어있지만, 학교폭력 목격자들은 자신들이 목격한 학대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훨씬 큰 충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자적인 자세에서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기 위해 학교폭력 "멈춰!!"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시행 및 홍보를 하고 있다. 학교폭력 "멈춰!!"프로그램은 1982년 노르웨이에서 시작된 것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학생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을 없애기 위해 사회전체가 괴롭힘 근절 실천운동을 실시 할 수 있도록 노르웨이 학자 올베우스(olweus)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프로그램 실시 후 2년 만에 학교폭력이 50%이상 감소하였다.

경찰에서는 학교폭력 전담경찰관이 범죄예방교육을 할 때, 학교폭력 발생 시, 피해자 또는 목격자가 손바닥 펴고 "멈춰!"를 크게 외쳐서 학생 모두가 적극적 방어자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멈춰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더불어 방관자 효과에 대해 설명하여, 학교폭력이 더 이상 가해자와 피해자만의 잘못이 아님을 일깨우고,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모습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폭력을 대처하고 근절할 수 있도록 유도함으로써, 학교폭력 없는 안전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더불어 살아하는 아름다운 학교 공동체를 구현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이러한 경찰의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으로 4대 사회악 중의 하나인 학교폭력이 Zero가 되는 그 날이 가까워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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