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구시 예방대책으로 화학사고 막아라

2014.07.29 11:27:19

청주산단 내 화학물질 취급업체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이 공장에는 에탄올과 프로 알데하이드 등 다량의 위험물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물질 유출까지 우려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인근 주민들은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청주산단에서는 지난해 LG화학 폭발사고를 비롯해 SK하이닉스 염소누출사고, SK이노베이션 청주공장 메틸렌 클로라이드 가스 누출사고 등이 잇따라 터졌다. 모두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사고였다. 자칫 유독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청주산단에는 유독물질 사용업체가 40곳에 달한다. 산단 내 근로자 수도 2만 명을 훌쩍 넘고 있다. 피해가 우려되는 인근 주민은 봉명동(2만8천여명), 가경동(5만5천여명), 복대동(6만6천여명) 등 모두 15만 명을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이 곳 주변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밀집해 있다. 산단 내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충북도와 청주시의 화학사고 대처 능력은 아주 취약하다.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에 의해 환경청에 등록된 충북지역 유독물 취급업체는 277곳이다. 그런데 전문 화학구조대가 배치된 사업장은 거의 없다. 제독차와 분석차도 없다. 화학보호복 비치율도 아주 낮다. 사고가 발생해도 현장 출동 소방관 상당수가 보호 장구 없이 출동하게 되는 셈이다.

대규모 인력과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도 급속히 확대되는 생산시설에 걸맞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러다 보니 산업계 전반에 걸친 사고예방과 안전관리상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제때 교체·보수하지 않은 설비를 재정비해야 한다. 한 마디로 안전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최근 사고는 환경·안전관리시스템이 생산설비를 쫓아가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우리는 여러 유해화학물질 관련사고 등을 목도했다. 공통적으로 시설의 노후, 사업주의 안전의식 미흡, 종사자에 대한 안전교육 부재, 유관기관 간의 공조체계 부재로 인한 초기대응의 미흡 등을 여실히 느껴왔다.

문제점은 어느 정도 파악됐다. 이제 유해화학물질 사고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대책들이 하나하나 입안돼야 한다. 우리는 안전관리에서 규제적인 대책보다는 기술적인 대책과 교육적인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한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자가 취급 물질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면 안 된다. 비상시에 대비한 매뉴얼조차 없다는 것 자체가 모두 위험 요인이다.

화학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그 피해가 심각하다. 따라서 시스템으로 사고를 차단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관련업체나 소방당국도 사고의 인과관계를 과거 통계나 서류상에서 찾는 방법은 지양해야 한다. 대신 사고현장에서 충분히 시설과 운영 실태를 살핀 후에 실사구시의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