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미소 속에 비친 그대의 눈물

2014.08.10 15:47:46

박나영

안전보건공단 충북지사 교육문화팀

우리나라 말에는 존댓말과 반말이 혼재한다. 반말을 하는 경우는 친분이 있는 경우이며 딱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은 '몰상식하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친하지도 않거나 혹은 아예 면식이 없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야, 너'하는 반말이나 심지어는 욕설까지, 몰상식한 행동을 매일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정노동자'들이다.

'감정노동'은 1983년 미국의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가 만들어 낸 용어로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노동을 말한다. 최초로 등장한 이후 근 30년을 넘어 감정노동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는 요즘, 경제규모로는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눈부신 성장을 지속해온 우리나라는 노동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6~70년대의 산업화가 막 시작할 즈음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감정노동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여성근로자 증가, 서비스업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따르면 감정노동자가 가장 많은 직업으로는 항공사 승무원이 있고 그 외에 판매원이나 고객센터 직원, 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이 있다. 직장 내에서 감정적인 스트레스가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특히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감정노동자들은 고객을 상대하거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감정마저 판매대 위에 올려놓길 강요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우리 사회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갑을관계'와 '손님은 왕'이라는 인식의 폐해, 이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곳이 바로 감정노동자들의 일터다. 고객이 비용을 지불한 대가로서 판매원들의 '호의'와 '친절'만으로는 부족한 것일까·

2011년 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업 종사자 10명 중 2.7명이 정신적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등의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경향으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감정수당·감정휴가제 등 기업 차원에서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점차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위와 같은 제도들이 감정노동자의 사후관리에 도움을 줄 수는 있어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우리 모두의 인식전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감정노동종사자와 나 자신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보는 것부터 바꾸고 우리가 지불하는 비용에 감정노동자의 감정소모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하자. 그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동등한 관계에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 존중해야하는 '사람'임을 기억해야 한다.

요즘 감정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입꼬리를 올려 가만히 있어도 웃는 얼굴처럼 만들어주는 '입꼬리 성형'이 유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마일마스크신드롬'이라는 증후군도 있다. 자신의 감정과 상관없이 겉으로만 웃는 얼굴을 유지하는 것을 일컫는 현상으로, 근육통증과 소화불량, 식욕저하, 무기력증과 같은 증상을 동반하고 심지어는 우울증도 야기할 수도 있다. 웃음이 나오는 이유는 기쁘거나 행복하기 때문인데, 오히려 더 우울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을 때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존재라고 한다. 하루 빨리 감정노동자들의 노동가치가 존중받고, 그들의 일터가 자연스럽게 웃는 얼굴이 나오는 행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