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잊어가는 나를 반성하며

2014.08.06 17:50:57

최충진

청주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탑승자 476명 가운데 생존자는 172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망(294명)하거나 실종(10명)되어 우리나라 해양역사 상 최악의 해양참사로 기록되고 있는 이번 사건으로 대한민국과 전 세계는 그야말로 멘붕 상태다.

특히 기대에 부풀어 들뜬 기분으로 수행여행 길을 가던 중 변을 당한 어린 학생들이 희생자들의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더 침울하고 가슴 아프게 한다. 더욱이 실종자 10명은 1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고, 생존자들 또한 그 날의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어 모든 국민들을 더욱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 문득 실종자 수색 등 이번 사고가 아직 진행형임에도 너무나도 평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나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죄책감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4월26일 진도 팽목항을 찾아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슬픔을 목격하며 겪었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금 반성하고 참회하는 시간을 갖고 고통스럽게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자 한다.

나는 세월호 참사 발생 열하루 째인 지난 4월26일 가까운 지인 몇 명과 함께 진도 팽목항을 찾았다. 그 당시 현장 분위기는 말 그대로 암울함과 슬픔 그 자체였다. 부두 주변은 불안에 떨며 무사귀환을 학수고대하는 실종자 가족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은 슬픔과 두려움으로 오열하고 있거나 기력이 쇠해 치료를 받으며 하염없이 눈물만을 흘리고 있는 가족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잃어버린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모습은 우리를 더욱더 고개 숙이게 만들었고, 정말인지 눈물과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실종자 가족들 주변을 서성이는 것조차 미안해 눈이 마주치기라도 할까봐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며 현장에서 필요한 일들을 찾아 조용히 그리고 개별적으로 움직였다.

체육관 내부와 외부를 청소하는 일을 비롯하여 실종자 가족들에게 제공할 음식을 준비하고 배식하는 일 등 소소하지만 그곳에서 꼭 필요한 일들을 하면서 가슴 아픈 하루를 보냈다.

이렇게 팽목항에서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청주를 향해 떠나려 하는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동안 사고 현장이 있는 먼바다와 진도실내체육관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길게 내 쉬며 "내 가족도 아닌데 이렇게 참담하고 가슴이 무너질 거 같은데 내 가족이라면 오죽하겠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발길을 돌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우리는 벌써 이번 참사를 조금씩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숭고하게 삼아야 할 가치관은 바로'인간의 존엄성'이라고 생각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번 참사가 사람들로부터 잊히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하고 있다. 사고의 책임문제와 사고 대책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실종자 가족들이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도록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보살펴 주는 가족과 이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번 참사와 희생자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반성하고 또 반성한다. 그리고 그들을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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