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야, 고개를 들어라

2014.08.06 13:21:36

김형식

행정초등학교 교감·아동문학가

오늘 아침에도 위층 개구쟁이들은 달리기를 하는 모양이다. 이사 와 두어 달은 콩콩거리는 발소리가 그저 귀엽기만 하더니 이제는 제법 자라서 발소리도 커졌다. '아유 고 녀석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출근길에 위층 아이들 엄마를 만났다.

"오늘 어린이집 방학하면 할머니 댁에 갈 거예요"

환한 얼굴로 인사 대신 아이들의 일정을 알려준다.

"어린이집 방학인가 봐요?"

위층 부부는 우리만 만나면 그저 죄송하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나를 만나자 아이들이 할머니 댁에 갈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며칠 조용할 것이라고 일러주는 것이다. 늘 마음을 졸이며 아이들을 닦달해보지만 세 살, 다섯 살짜리 사내아이들은 한창 뛸 나이라 제지가 안 되어 기를 못 펴겠다고 한다. 아이들 때문에 방이나 거실 바닥에 두툼하게 매트를 깔고 살고 있다. 그 아이들이 조용하면 어디가 아픈 것이다.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뒷짐 지고 천천히 걷는 것 보았는가? 아이들이니까 뛰는 것이다.

전에 살던 곳에서 층간 소음 문제로 충돌이 많았던 모양이다. 물론 콩콩거리며 뛰는 것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만날 때마다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양해를 구하고 찾아와 사정을 이야기 하는데 누가 박절하게 내치겠는가· 문제는 대화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다.

요즘은 반상회도 'SNS 반상회'를 한다고 한다. 이유는 주민들이 시간이 없어서 만나서 회의를 하는 것이 어렵고,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도 거북해서란다. 이웃과의 소통을 SNS를 통해 하려다 보니 남을 이해하는 간격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핸드폰이 없을 때는 마주보고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 하는 것이 정상적인 풍경이었다. 헌데 요즘은 애나 어른이나 핸드폰 속으로 빠져든다. 모여 앉은 사람들마다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가끔 고개를 들어 이야기 몇 마디 나누고 또 고개가 숙여진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어른들은 그래도 '안녕하세요?'하고 인사 한마디는 건넨다. 하지만 아이들은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이나 타고 내리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타면서부터 내릴 때까지 스마트폰에 얼굴을 박고 있다.

식당 옆자리에 젊은 사람 여럿이 들어 와 앉으면 밥 먹는 동안 시끄럽게 떠들까봐 겁부터 났다. 괜한 염려이다. 몇 마디 나누다가 바로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기 때문에 아주 조용하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면 어색해요. 그래서 그냥 문자를 주고받는 게 나아요"

아이들은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이 없고 어색하다고 한다. 가정에서도 부모와 아이들이 대화를 많이 하지 않는데서 오는 결과이다. 가장 친근한 부모와 어색한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더 힘들어 할 것이다.

아이가 부모와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방학 때이다. 부모의 방학 숙제로 아이들이 대화의 즐거움을 알게 하고 고개 숙인 아이가 되지 않게 하는 걸 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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