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재발견 - 짚풀공예 이강석 장인

2014.08.07 15:31:07

풀들은 바람에 맞서지 않고 바람보다 먼저 낮게 눕는다.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는 법을 우리는 자연에서 배운다.

소중한 것은 가까운 곳에 있다며 주변에서 찾은 재료로 생활용품과 소품을 만드는 이강석 장인을 보은에서 만났다.

ⓒ사진=홍대기
비 내리던 그날, 보은의 산들은 낮게 둘러앉아 있었다.

텃밭에서 자라고 익은 옥수수를 내어놓으며 어린 시절 동네 사랑방에서 짚으로 멍석, 미리, 망태기를 만들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여섯 살 무렵 손재주와 눈썰미가 좋았던 그는 어른들보다 공예품을 잘 만들었다고 한다.

짚풀공예와의 인연은 그에게 40여 년 동안 끈을 놓지 못한 그 무엇이었다.

짚공예의 시작은 우리나라에 벼가 들어 온 서기 2,3세기로 추정되고 짚으로 만들어진 도구는 멍석, 망태, 삼태기 등 다양하다.

짚공예의 재료는 짚이 주로 쓰이지만 삼, 왕골속, 칡껍질, 싸리를 이용해 갖가지 무늬와 색상을 살려 섞어 엮기도 한다. 삼이나 왕골속은 질기고 빛이 흰 것을 이용하고 싸리, 칡껍질, 모시껍질은 볏짚의 노란색과 조화되는 갈색을 살려 썼다.

글자를 넣을 때는 헝겊을 쓰기도 했고, 쇠떰치 같은 것은 가벼운 보리짚으로 두툼하게 엮기도 했다. 짚이 귀한 해안지방에서는 부들, 자오락, 띠, 글텡이, 닥나무껍질 같은 재료로 만들기도 했다.

이강석장인은 알고 있던 기존의 재료와 문헌에 있는 다양한 짚풀재료를 찾아 활용가치와 내구성을 높이는 연구를 계속했다. 짚풀공예 작품의 내구성을 위해 작품에 옻칠을 이용하기도 했다. 4년 전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공모에서 사업계획이 채택되어 농업회사법인 (주)보은짚풀공예로 본격적으로 활동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진=홍대기
기존 제작방법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방법을 고안하여 3개의 특허도 출원중이다.

또 학교 방과후 교육에도 참여하여 자연재료를 직접 만지며 작품을 만드는 동안 아이들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정서적인 면에도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평가도 받았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자연재료를 이용한 30여종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홍대기
크고 강한 것만이 의미가 있다고 믿던 날이 있었다. 그래도 세상은 연약해보이는 작은 움직임의 끊임없는 반복으로 변화 된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장인들을 만나면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이다.

짚풀은 혼자서는 약하지만 서로에게 기대고 얽혀 강하고 질기게 살아가는 민초를 닮았다.

짚풀공예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안에 내재된 우리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자연재료로 만든 친환경적인 짚풀공예 작품을 더 많은 분들이 생활 속에서 함께 누리고, 이강석장인의 꿈인 보은짚풀공예전시관이 세워져 짚풀공예의 가치가 널리 알려지기를 기대한다.

/글·사진=홍대기(사진작가)·이옥주(여행작가)

<끝>

작고 보이지 않는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평생을 바치는 장인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리 있는 그들의 삶을 알리고, 더 큰 자부심으로 작품 활동에 매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장인들을 만났습니다.

턱없이 모자란 글이 장인들에게 누가 되는 것은 아닌지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주신 독자와 충북일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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