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을 통해서 본 우리 교육

2014.08.12 13:09:58

김지선

음성 삼성중 교사

얼마 전에 개봉한 '명량'이 벌써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난리다. 나도 그 인기에 극장으로 향했다. '명량'은 이미 거의 매진 상태여서 간신히 자리를 확보해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1579년 임진왜란 6년, 오랜 전쟁으로 인해 혼란이 극에 달한 조선은 속수무책으로 일본의 횡포를 견디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한양으로 북상하는 왜군에 의해 국가 존망의 위기에 처하자 누명을 쓰고 파면 당했던 이순신 장군은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됐지만 그에게 남은 건 전의를 상실한 병사와 두려움에 가득 찬 백성, 그리고 12척의 배 뿐이었다. 압도적인 수의 일본의 공격에 모두가 패배를 직감했지만, 이순신 장군은 단 12척의 배를 이끌고 출정하여 승리로 이끈다.

이순신이 왜에 맞서 치룬 여러 전투들 중에서 '명량'이 의미를 갖는 것은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무찌른 것도 있지만, 이 전투에서 보여준 이순신의 리더십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순신은 자기를 버린 임금도, 나라보다는 제 살 길만 찾는 백성도 모두 포용하며, 때론 대찬 장수로, 때론 모든 것을 감싸안아주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군과 백성을 이끌어 나간다. 또한 비겁하게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먼저 내놓을 각오로 전투에 임하는 그 자세에서 명장임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혼란스럽고 진정성있는 리더가 부재한 이 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으로 따뜻한 희망을 보여준 영화였던 것 같다. 이순신이 보여준 그 리더십은 우리 교육에 일침을 던지고 있다. 영화에서 이순신은 "독버섯처럼 퍼진 두려움이 문제지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수만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 큰 용기로 배가 되어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한다. 현재 우리 교직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명예퇴직을 하는 교사 수가 매년 늘어나는 현상도 이런 두려움 때문일지 모른다. 학생에 대한 두려움, 학부모에 대한 두려움, 교육변화에 대한 두려움 등등. 소신을 갖고 교육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교육 현실에서 교사들은 그 두려움에 무릎을 꿇고 만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교사들도 실수를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런 교사의 실수에 너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다보니 교사들은 점점 작아지고 소극적으로 변하게 되어,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에 한 발 물러서게 된다. 교단에는 정말 열심히 활동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하지만 교육 활동에서 받은 그 두려움때문에 교직에 대한 열정과 희망이 꺾이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이런 현실에서 이순신처럼 옳은 길을 가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위해 죽을 각오로 목숨을 걸고 지켜내는 리더가 교육계에도 절실히 요구된다. 두려움으로 물러서는 부하들을 다그치는 것이 아니라 선두에서 왜선을 공격하고, 백병전의 치열함에서 죽기로 싸우는 이순신의 모습에 부하들이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어 왜선을 무찔렀던 것처럼 말이다.

이순신이 보여준 리더십을 가지고 교육을 이끌어갈 지도자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사 자신이 이런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말과 행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교사는 늘 언행에 신중하고 일관성이 필요하다. 말보다는 솔선수범의 행동으로 참된 가르침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이순신이 자신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하며 몸소 위험으로 뛰어들며 철저히 준비된 전술로 적에 대항했던 것처럼 교사는 두려움을 한 줌의 용기로 변화시키고, 학생들에게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며 이 땅의 학생들을 일깨울 수 있는 리더십으로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순신이 울돌목에서 기적같은 승리를 이끌어 냈던 것처럼 우리 교육에도 그런 기적같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않을까.


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

<저작권자 충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PC버전으로 보기

충북일보 / 등록번호 : 충북 아00291 / 등록일 : 2023년 3월 20일 발행인 : (주)충북일보 연경환 / 편집인 : 함우석 / 발행일 : 2003년2월 21일
충청북도 청주시 흥덕구 무심서로 715 전화 : 043-277-2114 팩스 : 043-277-0307
ⓒ충북일보(www.inews365.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by inews365.com,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