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감옥 신채호 기록오류 바로잡아야

2014.08.17 15:16:04

역사는 이미 실제로 일어났던 경험이다. 그 경험에 대한 이해가 곧 지금의 나나 사회를 이해하는 유력한 방법이다. 역사가가 진실을 말하고 기록해야 하는 까닭도 여기 있다.

지나간 과거를 증명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역사적 진실은 결코 단순하지도 않고 순수하게 드러나지도 않는다. 게다가 역사적 진실을 기록하는 과정은 역사적 사건이 말하는 사실(事實)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얽히고설켜 있다.

중국 여순감옥박물관에는 단재 신채호 관련 자료를 상설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묘소가 '충북이 아닌 충남에 있다'고 기록해 놓는 등 오류가 적지 않다. 사진과 함께 단재의 묘소에 대해 '한국 충청남도에 위치한 신채호 묘소'라는 설명 문구를 달았다. 하지만 그의 묘는 현재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귀래리(구 청원군)에 위치하고 있다. 시급한 정정이 요구된다.

'한국 충청남도에 위치한 신채호 사당'이라는 설명 문구도 잘못됐다. 단재사당 역시 충북 낭성면의 같은 장소에 위치하고 있다. 단재가 부인 박자혜에게 옥중에서 보낸 편지라며 두 아들 사진과 함께 사진 전시물을 벽면에 편집해 걸어놓는 것도 오류다.

물론 여순감옥박물관은 중국에 있다. 기록물에 대한 기록도 중국인들이 했다. 어떤 사건 속에 어떤 사실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과 그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현재 이 박물관에 기록된 내용은 존재한 사실이다. 다만 그 사실의 내용을 잘못 적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바로잡기도 쉽다.

어떤 사건이 존재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게 아니어서 더 쉽다. 우리 측의 적절한 요구가 있으면 시정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충북대 박걸순 교수의 노력은 칭찬 할만하다. 박 교수는 이미 '단재 신채호가 1928년 대만 기륭항구가 아닌 기륭우체국에서 체포됐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 박물관 측에 수정·전시토록 했다. 그리고 박 교수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이번 역시 박 교수의 노력으로 기록의 오류를 찾아냈다.

역사는 왜곡돼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 우선 역사적 왜곡이나 잘못된 역사전달로 인한 오류를 막아야 한다. 혹 잘못된 게 확인되면 곧바로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단순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역사의 기록은 진실이어야 의미 있다. 역사왜곡은 단순한 오류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여순감옥박물관의 기록 오류 역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한국의 역사학계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작은 오류라도 찾아내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 기록에 오류가 생기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그 오류를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사실의 의미를 따져야 한다. 그래야 역사가 바로 설 수 있다. 때문에 역사가는 성실성에 의해 평가받기보다 실체적 진실을 증명하는 능력에 의해 평가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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