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인정하는 포용력의 필요성

2014.08.18 14:07:15

최현식

충북보과대 보건행정과 교수

최근 아들을 둔 부모라면 언론에 보도되는 군대내 폭력사건을 접할 때마다 불안감이 엄습해오는 것을 느끼곤 할 것이다. 1년 전 아들을 군대에 보낼 때 만해도 고된 훈련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을 알기에 부모로서 안쓰럽기는 하였으나, 아들에서 사나이로 거듭날 것이란 기대감으로 기꺼이 훈련소로 동행할 수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중년의 남성들이라면 군대에서의 얼 차례라 불리던 기합은 늘 일상생활처럼 겪은 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힘든 훈련과 기합을 받았어도 원망과 마음의 앙금은 남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훈련과 군기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임을 이해시키곤 했기 때문이다.

이 땅에 태어난 남자라면 거쳐야 하는 병역의 의무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군에서 자신의 자존감이나 직위를 과도하게 이용하거나 찾으려 하지 않았다. 혹 유별나게 힘든 군 생활을 강요하는 이들도 있었으나, 전체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지금 언론에서 표현하는 폭력이상의 용어를 사용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의 군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자면, 마치 학교폭력이 군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군기를 잡기위한 방법이라 하기엔 너무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자존감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폭력을 사용하고 있기에, 피해자에겐 씻을 수 없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마치 학교폭력에서 가해자들이 피해학생들을 괴롭히던 방식과 거의 유사한 방법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부산시에서 초·중·고교생 40만4천441명을 대상으로 벌인 정서행동선별검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학생의 22.8%는 상담이 필요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특히 이 가운데 4.4%인 1만7천932명은 2차 검사 결과 전문기관 치료 등이 필요한 '주의군(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 중 주의군으로 분류된 1만7천932명 중 4.2%만이 전문 치료기관에서 치료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군 중에는 폭력의 가해 학생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리라 여겨진다. 아마 이러한 결과는 충북에서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대부분 학교폭력의 가해자 청소년들은 피해 학생이 겪을 정신적·육체적 고통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정신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되고 있다. 나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집단 따돌림을 시키고, 나아가 괴롭힘을 넘어 폭력을 일상적으로 자행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청소년들이 전문적 정신치료 없이 군에 입대한다면, 관례적으로 내려오는 군의 악습 속에서 스스로 폭력을 군의 기강이란 미명아래 정당화하려 할 것이며, 후임병에 대한 인간적 배려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사회악의 근원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충북 교육청의 체계적 교육정책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공동체 문화체험 등을 통한 타인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키우는 학교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시점이라 여겨진다.

병영생활 지침서라는 '군대에서 온 그대', '군대생활 사용설명서' 등의 서적이 출판될 정도의 현실 속에서, 사회인의 한사람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일상생활 속에서 타인에 대한 포용력을 한번은 돌이켜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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